김영삼대통령은 13일오전 휴양지인 청남대에서 3박4일을 보내고 청와대로
돌아왔다.

청와대로 돌아와서도 비자금사건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지난달말 캐나다와 미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와서 언급한 이외에는 10여일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비자금사건은 점점 확대되고 있고, 정치권은 여야간의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민자당쪽에서는 김대통령과의 사전교감 없이는 하기 어려운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김대통령이 비자금정국과 관련한 "그랜드 디자인"을 마련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는 형국이다.

그런점에서 김대통령이 APEC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이번주가 비자금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것이라는데 이론의 여지는 없다.

김대통령의 외교일정과 비자금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추이로 볼때
김대통령은 정국타개를 위한 국정쇄신구상을 조만간 마무리짓고 오사카에서
귀국직후 이를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국타개와 민심수습을 위한 김대통령의 첫 조치로는 담화형식의 대국민
입장발표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수사결과 노전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가 마무리되는대로 대국민담화
형식을 빌어 이번사건에 대한 입장과 이를 계기로 한 정치풍토쇄신및
국정운영의 면모일신책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업의 "검은 돈"에 물들은 정치풍토를 과감하게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가 "현정국에 임하는 김대통령의 결심에 비춰 검은 돈에
물들은 정치권은 긴장해야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치풍토쇄신은 선거법및 정치자금법개정등 단순한 제도나 법정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게 청와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은 돈에 의존해온 구시대정치인들에 대한 사정과 청산조치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이 노전대통령 부정축재사건을 법에 따라 한점
의혹없이 처리한다고 공언한 점을 유의해야한다"면서 "김대통령의 발언대로
노전대통령문제가 처리되고 정치풍토가 쇄신되면 이는 자연스레 정계개편
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과정에서 야권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하겠지만 이번기회에 3김시대는
청산돼야한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의중인것 같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