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6월 요하네스버그 근교 참도르에 위치한 한국진출업체 에버니패션
(대표 조방제)에서 조업중이던 현지 근로자 80여명은 임금 1백%인상과
근로조건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산별 노조본부에 있던 과격파들의 사주를 받고 이렇다 할 협상도 없이
돌연 파업한 것이다.

회사측은 이때 물러서지 않고 불법파업임을 통고하고 전원해고시켰다.

이어 공장을 폐쇄하고 다른 공단으로 입주, 근로자 60여명을 새로 선발
했다.

해고 당시 한국인 경영자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협박을 수차례 받기도
했다.

이 사태를 돌이키며 안기창전무는 "회사가 강력하지 않으면 공장을 운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차례 이같은 사태를 겪으며 나름대로 터득한 생존논리(?)였다.

에버니패션은 지난 93년 4억원을 투자, 흑인의 곱슬머리에 연결시켜 땋은
머리를 연출하는 "부분가발"을 제조하는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생산제품 중 30%는 남아공시장에,나머지는 도매업자나 보따리장수 등을
통해 자이르 잠비아 등 여타 아프리카국가로 수출하고있다.

이 회사는 작년 8월부터 이익을 내면서 올들어 매월 매출액 1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에버니패션은 이런 안정기조를 바탕으로 품목을 확충, "전체가발"도 생산
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같은 가발업종으로 니나 아프리카 등 세 업체가 요하네스버그 근교에서
현지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수의 다른 가발업체들은 현지인들과 충돌하거나 영업에
실패, 문을 닫고 철수했다.

이처럼 현지진출한 중소기업 대부분은 난관을 수차례 극복한 이후에야
안정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가죽캐주얼화 제조업체인 신나코리아(대표 허문)를 들수
있다.

91년 첫 걸음을 디딘 이래 여러차례 역경에 봉착했지만(인터뷰기사참조)
경영정상화를 이룩, 이제는 총 2백50여 근로자를 고용한 2개 직영공장뿐
아니라 하청공장도 하나 갖고 있다.

신나코리아는 연간 캐주얼화 30만켤레를 생산, 도매업자와 대형유통체인을
통해 현지시장에 내놓는다.

이 회사는 철저히 "다품종소량생산체제"로 운영, 체인마다 다른 브랜드와
디자인의 상품들을 보낸다.

허문 사장은 5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이 시장의 특성을 <>생산가의 1백20~
1백50% 수준인 높은 유통마진 <>질경쟁이 아닌 가격경쟁으로 요약했다.

생산업자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유통업자들에게 넘기지만 유통업자들은
고율의 마진을 붙여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그런데 일단 공장을 떠난 제품은 불량품이라 할지라도 유통업자들로부터
반품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신나코리아측은 태국 인도 중국 등의 추격을 뿌리치고 현지시장을 당분간
지배할 것으로 낙관한다.

가죽캐주얼화 제조에는 가죽을 부리는 고도의 가공기술이 필요할 뿐더러
현지시장이 안정돼 있어 일단 안정권에 들면 그 기조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급음식이나 안주로 이용되는 캐슈너트를 생산, 각국에 수출하고 있는
유망기업 유창트레이딩의 이증수사장도 재기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요하네스버그에 본거지를 두고 인근국인 모잠비크에 캐슈너트농장과 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유창트레이딩은 내년1월까지 2천t(약1백35만달러상당)
분량의 캐슈너트를 인도에 수출키로 최근 계약을 체결했다.

이사장은 지난해 모잠비크 정부로부터 1백80만평 규모에 3만그루의
캐슈너트나무가 자라는 농장을 5년간 면세혜택에다 99년간 사용하는 허가권
을 따냈다.

이사장은 이어 수출권을 따내기 위해 건평 1천2백 의 부지에 캐슈너트
가공공장을 건설했다.

현지법이 농장과 가공공장을 함께 소유한 업자에게 수출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

유창트레이딩은 앞으로 세계은행의 지원을 받아 묘목을 증식하고 다른
농장에서 생산된 캐슈너트를 구매, 수출규모를 연간 1만t(약 8백만달러
상당)선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이사장은 이같은 성공에 앞서 4년간 운영해 온 태광볼트 공장을
경영악화로 처분했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이사장은 그 실패가 "그릇된 정보와 무지"에서 기인했기 때문에 캐슈너트
농장을 시작할때는 사전조사를 철저히 했다고 밝혔다.

이사장으로부터 태광볼트를 인수해 경영하고 있는 이정재사장(54)은 "직접
시장조사를 해본 결과 당초 알려졌던 시장규모보다 훨씬 작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과거 태광볼트는 적정 생산규모를 초과 생산했기에 경영이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태광볼트는 정확한 정보수집과 함께 거래선다변화 등으로 경영을 쇄신,
금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앞으로 원자재를 품질좋은 한국산으로 바꿔 생산품목을 고가품으로
대체함으로써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증수사장과 이정재사장은 현지 관청이나 정보업체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상당히 현실과 다르다고 지적하고 신규진출업체들에 독자적인 시장조사를
병행할 것을 당부했다.

대조적으로 가죽의류업체 메종코프랑(대표 구본출)은 수년간 현지 거래상
과 무역업을 하면서 시장을 파악한 후에 진출, 쉽게 정상궤도에 올라섰다.

남아공 제재가 해제된 직후인 93년4월 10만달러를 투자, 국내업체중
현지에 첫 공식진출한 메종코프랑은 현재 2백50명을 고용한 현지 최대의
가죽의류업체로 부상했다.

과거 교역상대자였던 유태인 도매상들을 거래선으로 쉽게 끌어들여 무난히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구본태과장은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일정량을 주문하는 업자들과 계약,
2년 정도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