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전지생산의 한길만 걸어온 로케트전기 광주공장.

이 공장의 정병태전무는 공장장이라는 직책보다는 "정길동"이라는 별명으로
더 잘 통한다.

시도 때도 없이 불쑥 작업현장에 들이닥치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붙여준
별칭이다.

하루 10시간가량의 근무시간중 정전무가 공장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은
기껏 1시간 정도.

나머지 시간엔 이 라인 저 라인으로 쉴새없이 돌아다닌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결재받을 문서가 있어도 공장장실로 가지 않는다.

으례 공장장을 찾아 생산라인으로 간다.

이른바 "현장결재"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셈이다.

"현장결재"는 로케트전기 광주공장이 지난 93년부터 생산현장의 낭비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펼치고 있는 "타깃-5"운동의 하나다.

"타깃-5"운동은 "생산에 지장을 주는 불필요한 낭비요소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현장과 밀착된 경영을 실시하기 위해 탄생했다"(정병태공장장).

이 운동은 "낭비요인 제거"라는 타이틀 아래 <>목표관리 <>업무효율화
<>업무표준화 <>문서자동화 <>그린운동등 5개의 소제목을 달고 있다.

이 중에서도 공장측에서 가장 힘을 쏟는 부문은 "목표관리".

이는 생산현장에서 가장시급히 달성해야할 "목표"를 정해놓고 이를
해결하는 것.

"목표관리"는 <>시간관리 <>인원관리 <>수치관리등 세가지로 세분화된다.

"현장결재"는 시간관리에 속한다.

인원관리는 "라인정원제"로 대변된다.

"라인정원제"는 각 라인마다 생산에필요한 최소한의 근로자만 두는 것이다.

"철저한 "군살빼기"를 통해 낭비인력을 줄이려는 게 목적이다"(생산지원팀
윤항병과장).

이를 통해 지난 90년 1천1백19명(광주공장)이던 근로자수를 올해는
절반수준인 5백30명으로 줄였다.

"목표관리"의 두번째 페이지는 수치관리.이 공장은 모든 부품에 바코드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표준화해 과학적인 부품관리를 한다.

이와 함께 "MRP(자재소요계획)체계"를 구축,"눈으로 보는 관리"에서
반걸음 더 나아가 "수치에 의한 목표관리"를 한다.

시간 인원 수치의 "목표관리"라는 "타깃-5"운동의 첫 단추가 끼워지자
나머지 단계는 한결 쉬웠다.

업무효율화나 표준화라는 타깃은 거의 해결된거나 마찬가지였다.

남은 것은 마무리.

기존 "-"자형의 생산라인을 "U"자형으로 바꾸었다.

인원절감의 필요성도 라인변경작업의 촉진제 역할을 했다.

라인조정으로 라인간 이동거리 축소의 효과도 볼 수 있었다.

근로자들의 동선을 크게 줄인 것이다.

변경된 라인을 보다 효율적으로 가동시키기 위해 이 공장에서는
"1인3역체제"를 도입했다.

라인의 첫 단계에서 작업을 마친 근로자가 부품이 라인위를 흐르는 동안
2개의 다른 공정에 투입된다는 개념이다.

"라인 스피드업"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조립공정이 6백~6백50여개나 되는 라인의 특성때문에도 이같은 "1인 3역
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이었다.

이로 인한 효과도 만만찮았다.

지난 93년 분당 9백40개의 전지를 생산하던 라인에서 지금은 1천1백43개의
전지를 만들어 내고있다.

이는 일본의마쓰시타전기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빠른 속도라고 이
공장은 자랑한다.

설비의 가동율도 93년에 92%수준이던 것이 올해 94.5%로 높아졌다.

원가절감이 뒤따른 것은 당연했다.

이제 남은 타깃은 문서자동화와 그린운동.

문서자동화를 위해 각종 업무양식의 표준화는 물론 1인 1PC(개인용컴퓨터)
체계를 갖추었다.

또 공장의 그린화를 위해 정리 정돈 청소 청결등의 습관화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 46년 설립된 로케트전기 광주공장은 내년으로 회사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지난 반세기동안 오직 전지생산의 외길로만 달려온 로케트전기의
"신생산혁명 일지"는 오늘도 정길동의 "현장결재"로 채워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