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간 이념대립의 종말을 가져온 독일통일과 구소련의 붕괴, 동구 공산권
국가들의 몰락은 국제 정치 경제 사회의 역학관계 변화에 따라 이루어진
결과지만 그 근처에는 불합리한 국가권력에 대응할수 있는 성숙해진 시민
사회의 참여와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이러한 시민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정신적 기반인 시민의식은 개인의
자유화 권리를 기초로 하여 사회의 책임임있는 일원으로 행동하고 각자가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으로서 게임의 룰을 존중하며 민주주의를 따르는
의식을 의미한다.

아울러 오늘날과 같이 국가간의 장벽이 의미가 없어지는 세계화 시대에는
개별 국가의 차원을 벗어나 환정 마약 테러 아동과 여성 문제 등 인류가
현재 고통으로 안고 있는 여러 이슈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진정으로
고민하고 동참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이런 의미에서 다가오는 21세기의 시민은 더이상 일국의 시민이 아닌 세계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며 또 그래야만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세계인
으로서 대접을 받을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오늘의 어린세대들에게 세계시민
으로서의 자질함양 교육을 시키는 것은 다른 그 어느 것 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요즘 우리나라도 세계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사회 모든 분야에서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각종 제도와 관행을 합리적으로 고쳐나가고
규제를 완화시켜 나가는 등의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진정한 시민교육을
시키는 노력과 여건조성은 별로 없는 것 같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는 것이다.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협력은 무시하고 경쟁만을 강조하는 풍토,
민주적 과정과 절차는 묵살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세태, 사회의 다원적
가치를 존중할지 모르고 자기 주장만을 고집하는 독단적인 태도 등, 우리
사회의 지난날 산업과 과정에서 피생되었던 문제들에 대해 반성해 보고
이러한 일그러진 모습들을 바르게 추스리는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
이다.

"내가 일류면 나라가 인류"라는 구호도 일리가 있고 "일등이외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광고도 좋지만 진정한 세계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가정
에서부터 학교, 기업등 모든 사회조직이 이에 걸맞은 성숙한 세계시민의식을
함양시키는 노력부터 시작할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