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선거때마다 등장하는 선심용 정책중에 그린벨트의 해제 또는
규제완화만큼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도 없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건설교통부는 지난 13일 그린벨트내 시설물 허가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또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이번 규제완화 조치의 골자는 그린벨트내 주택을 증.개축할 때 준공전
이라도 설계변경을 통해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용도변경을 할 수있으며
그린벨트내 주택을 상속받은 사람은 상속당시 해당 주택에 살고 있지
않았더라도 일정기간안에 그곳으로 이주하면 집을 증축할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개발제한구역 관리규정 개정이 그린벨트내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쪽에 중점을 두었다고 강변하지만 누가 봐도 규제완화쪽에
무게가 실려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근년들어 그린벨트의 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젠 제도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는 징후가 있어온 것이 사실이다.

올들어서만도 여의도 면적의 4배에 이르는 그린벨트가 갖가지 명목으로
풀렸다고 한다.

특히 주목하지 않을수 없는 것은 최근들어 당국의 그린벨트 완화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그린벨트 완화는 주로 원주민들의 불편해소와 주거환경개선
차원에 한정된 국지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농수산물 도매시장이나 농협공판장 등의 건설을 허용함
으로써 농민은 물론 도시민까지를 대상으로 그린벨트를 풀어주고 있다.

"보존"보다는 "개발허용"쪽으로 알게 모르게 정책전환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특히 본격적인 지자제 실시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경제발전을 구실로
경쟁적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훼손을 감시해야할 자치단체들이 이런 판이니 단속인들 제대로 될리가
없다.

물론 그린벨트 제도는 공익을 내세워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해온
부작용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린벨트는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라는 국민적 합의를
다소의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국민 모두가 철저히 지키는 것이 옳다고 본다.

관리비 부족을 이유로 그린벨트 관리를 사실상 포기하는 지방자치단체장
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그린벨트 관리비를 정부예산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해
봄직 하다.

요즘처럼 토지에 대한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 될수록 그린벨트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고 볼때 그린벨트의 훼손은 비록 한 뼘이라도 용인돼서는 안되며,
벌칙적용에 한 점의 예외가 있어서도 안된다.

지난 71년 그린벨트 시행이후 지금까지 46차례나 손질을 했다고 하니 어디
원칙인들 제대로 남아 있을까마는 지금부터라도 정부당국은 그린벨트행정에
있어 주민편의 우선이나 개발 허용보다는 보존과 유지에 정책의 우선을
두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