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지인 2차전지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삼성전관 LG금속 대우전자등 대기업들이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와
함께 "차세대 전자부품 트리오"로 불리는 2차전지 산업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서통 로케트전지등이 전문업체들이 주도해온 국내 전지산업은
대기업들이 보탠 힘을 더해 2차전지로 전장을 옮겨 일본업체와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삼성전관은 최근 일본 유아사사와 기술협력을 체결하고 2차전지 사업
진출의 시동을 걸었다.

오는 97년부터 양산을 개시할 이 회사가 기술개발등에 쏟아붓기로 한
돈은 3천억원이다.

97년 이 후에는 매년 1천억원씩 투자할 계획이다.

LG금속은 영국 국영연구기관인 AEA테그놀러지와 2차전지를 공동개발키로
최근 계약했다.

대우전자는 국내 전문업체인 테크라프사와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이 회사는 오는 97년부터 본격 생산에 나선다는 청사진을 마련해 놓고
있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2차전지 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하는 이유는 이렇다.

2차전지란 한번 쓰고 난뒤 버리는 것이 아니라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전지다.

다시말해 충전만 한다면 계속 쓸 수 있는 영구전지인 셈이다.

따라서 2차전지를 사용하는 전자제품이 급격히 늘고 있다.

엄청난 시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세계 시장규모는 2조4천억원.

오는 2000년엔 약 4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란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5년 사이에 두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일본 소니사는 가전제품으로 명성을 얻고 2차전지로 이익을 내고 있다"
(전자공업진흥회 이상원부회장)는 말이 괜한 소리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2차전지가 시장성에서만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 파급효과가 더 큰 열매다.

휴대용 제품이 주류를 이루게 될 차세대 전자기기의 성능을 좌우하게
될 핵심요소로 전지가 부상하고 있어서다.

전자제품의 소형경량화와 정밀화를 전지가 결정하게 된다는 것.

예컨대 현재 시판되는 무선전화기의 경우 전체무게에서 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5%정도다.

캠코더는 15%에 달한다.

2차전지를 사용할 경우 휴대용 전자제품의 무게를 평균 20%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전류를 안정되게 방전해 제품의 정밀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게다가 사용범위도 무한히 늘어나고 있다.

단지 전자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장 쉬운 예로 전기자동차가 상용화될 경우 2차전지는 핵심부품으로
사용될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2차전지의 제조기술을 가져야만 차세대 산업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대우전자 양재열사장).

이와 함께 2차전지는 지금까지의 전지와는 달리 완전 무공해다.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때문에 2차전지는 "21세기에 가장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은 산업"
(삼성전관 박영화전무)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물론 국내업체들이 이같은 황금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기술부재"다.

현재 세계시장은 일본 업체들이 석권하고 있다시피 하고 있다.

그것도 소니 마쓰시타 산요등 내로라 하는 회사들이다.

이 업체들은 한국기업들의 2차전지 산업 진출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업체들이 한국으로 기술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수년전부터 2차전지 사업 진출을 추진했으나 일본업체들이 기술이전을
기피해 거의 포기단계에 이르렀을 정도"(삼성전관 경영기획실 박근희이사)
였다.

상황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일본업체들보다 10년이 넘게 늦게 출발한 국내업체들이 기술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특허공세등 견제구가 날라올 것도 뻔한 일이다.

세계 최고의 위치를 수성하려는 일본업체들과 맨손으로 시장에 뛰어든
국내업체간에 반도체에 이은 차세대 산업 주도권 경쟁이 어떤 결말을 맺게
될 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