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5세기 네덜란드와 영국의 모험상인들은 신천지를 개척, 무역을 하면서
자본을 키워 나갔다.

이들은 새로운 무역항을 건설하고 기업을 만들어 힘을 과시했다.

이때부터 기업은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며 사회가 변화하는데 따라 다른
형태로 바뀌면서 성장했다.

기업은 어떤 존재이고 무슨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인간의 삶과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무엇을 제공하는 것일까.

기업이 개인의 발전을 돕는다는 것은 단지 이상에 불과한가.

미국에서는 최근 시대및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기업과
개인의 관계를 조명한 "회사인간"(앤소니 샘슨저 랜덤하우스간 원제:
COMPANY MAN)이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저자는 이책에서 17세기 동인도회사에서 현재의 마이크로소프트사까지
기업의 변화과정과 직장인들의 문화변천사에 대한 기술을 통해 회사원이란
무엇인가를 구명한다.

아울러 문화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세계 각국의 기업형태도 소개한다.

그는 대량생산체제가 계속되는 동안 기업은 비교적 안정된 구조를 유지해
왔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정보화사회가 진척될수록 기업구조는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업 역시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기 때문
이라는 것.

샘슨은 이러한 상황에서 대량생산체제가 낳은 관료조직에 길들여져 있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살핀다.

20세기를 이끈 이들은 존경받는 프로직업인이었으며 산업과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키기 위해 정교한 상하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른바 서구문명이 의존해온 대형 피라미드체계의 주역이었다.

이들은 그러나 80년대후반부터 정보화라는 이름아래 종래와 다른 새로운
기업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점차 역사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

심지어 다운사이징이나 리스트럭처링으로 인한 인원감축 소용돌이에
휩쓸려 자신의 존재도 잃고 만다.

기업변화에 적응하랴 가족을 책임지랴 정신없는 상황속에서 갈등에
시달린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따라서 새로운 정보경제시대의 기업은 탈조직적인 인간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캐주얼한 스타일, 출퇴근 시간의 자유가 특색인 이들은 기업의 조직논리,
조직인의 자세를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물론 그들도 훌륭한 보고서와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여기에도 돈을 벌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면에서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정신은 달라지지 않는다.

저자는 결국 리스트럭처링등 기업의 경영혁신은 400년동안 지속되어온
기업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해온 회사인간들에게 도전이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