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얘기는 가급적 안하는게 좋다.

특히 오른다는 얘기의 경우가 그렇다.

오름세 심리를 확산시켜 편승인상, 충동적인 인상을 부채질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요즘의 상황은 더욱 그렇다.

철도요금이 오는 20일부터 여객 화물을 합쳐 평균 9.7% 오른다.

지하철요금도 1구간 기본요금 기준으로 50원,14.3%가 오른다.

이상은 정부가 14일 국무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이다.

공공요금을 무작정 묶어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흔히 하는 말로 경영합리화를 외쳐봤자 불어나는 비용과 경영적자 얘기엔
할말이 없고 인상폭과 시기를 흥정하다보면 결국 얼마안가 또 올려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래서 매년 한차례, 심할 때는 두차례씩 오르곤 한다.

이번 요금조정은 비자금수사 파문으로 한창 어수선한 틈을 이용했다는
비판과 함께 올해 물가상승률이 4%대에서 잡힐 것같은 예상이기 때문에
인상부담을 금년에 떠 안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내년의 경제상황이다.

우선 철도와 지하철 요금인상은 내년의 물가불안을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른 교통수단인 시외-시내 버스와 택시요금 등이 오래지 않아 또 들먹일
게 분명하다.

고속도통행료 상수도요금 학원수강료 대학등록금 이미용료 목욕료 음식값등
여타 공공요금과 개인서비스요금이 뒤를 이을 것이다.

내년엔 총선이 있는데다 물가를 단속할 행정력은 갈수록 약화될 전망이다.

다음은 경기침체속의 인플레,즉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다.

내년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또 설령 둔화되더라도 잠재성장률을 넘는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이 빗나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지금 부쩍 높아가고 있다.

비자금파문의 후유증이 상당히 오래, 그리고 광범하게 나타날 것이며
그 여파로 경기가 급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그룹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또 비자금의 뒤처리를 구실삼아 결국은 기업에 그 책임과 처방을
떠넘기려는 듯한 움직임도 엿보인다.

기업을 하고싶지 않은 심리가 확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전경련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30대그룹의 내년도 시설투자 증가율은
23.2%로 올해 추정치보다 16.6%포인트가 낮아질 전망인데 비자금사건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됨에 따라 10%대로 더욱 떨어질지 모른다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경기가 후퇴하고 물가가 불안한 중에도 개방조류와 사치-향락성 소비풍조
확산에 편승해서 수입이 늘어나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완충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긴 하다.

또 내수침체를 수출로 타개함으로써 국제수지에도 큰 부담은 안갈지
모른다.

그러나 고성장에 길들여진 우리경제에서 심한 불경기는 인플레이상으로
참기 힘들다.

내년 경제운용이 몹시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