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장을 석권해온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신경이 최근 곤두섰다.

아.태경제협력체(APEC)가 19일 열리는 오사카 정상회담에서 오는 2020년
까지 역내 무역및 투자를 자유화하는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는등 APEC의
무역자유화 진척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일본 자동차업체가 동남아시장을 장악할 수 있도록 떠받쳐온
지주 가운데 하나가 그와 같은 속도로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 자동차메이커들은 미국이나 유럽 자동차업체가 동남아 국가들이
자국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보호주의 정책이 수출등에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시장개척을 기피한 것과는 달리 70년대부터 현지 직접투자에 주력,
"철옹성"을 쌓았다.

일본은 현재 이 지역에서 팔리는 차의 부품조달률을 95%정도로 유지할
만큼 현지화에 철저를 기해 동남아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보호주의 정책에
하등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가 됐다.

그 결과 일자동차메이커들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등에서
연간 모두 1백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면서 90%가량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APEC로 인해 사정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업체들은 자구책을 강구하는 중이다.

일본내 손꼽히는 자동차메이커의 한 간부는 공장을 갖고 있는 지역국가들
에게 "자유화속도를 주의깊게 검토해야 한다"는 식으로 조언하고 있다고
밝힌다.

뿐만 아니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회원국에서 생산된 부품은 관세의
50%를 깎아준다는 아세안의 지원아래 거점 부품공장을 마련, 동남아 전체에
공급하는 식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며 생산량도 늘려가고 있다.

어쨌든 APEC회담은 "무풍지대"나 다름없던 일본 자동차메이커들의 독무대
였던 동남아시장에 치열한 경쟁의 회오리바람을 몰아올 전망이다.

< 이창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