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임직원이 고객의 가명계좌 실명전환을 실명제실시이전인 것처럼
전산조작, 고의적으로 변칙실명전환 해주었다면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이임수대법관)는 17일 고객의 부탁을 받고 가명계좌에
보관돼 있는 거액의 CD를 실명제 실시이전에 실명으로 예치된 CD인 것처럼
전산조작해 준 동아투금 전무 배진성피고인(55)에 대한 업무방해죄상고심
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금융실명제 취지를 어겨가면서 변칙으로 실명전환해주는 행위는 업무
방해죄 구성요건 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금융실명제의 취지는 부정한 자금의 은신처를 차단
하고 자금흐름의 투명성을 확보, 경제정의를 실현하는데 있다"며 "배피고인
이 실명제실시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 고객 이모씨의
예금통장의 원장과 전산기록을 조작해 가명계좌를 변칙 실명화해 준 것은
금융기관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실명전환 액수가 3천만원을 넘을 경우에는 국세청에 통보
해야 하는데도 고객이 받게 될 세무조사등 불이익을 면하게 해주기 위해
변칙실명전환한 뒤 통보하지 않은 것도 국세청의 업무를 고의로 방해한 것"
이라고 덧붙였다.

배피고인은 "금융실명거래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이 실시된
다음날인 지난 93년8월13일 동아투금의 금융실명제대책본부장으로 있으면서
고객 이모씨가 "안창호"란 가명으로 개설한 어음보관계좌의 CD 8억5천만원을
실명제 실시 3개월전인 6월21일자로 입금된 돈인 것처럼 전산조작토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1심및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