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그룹들이 비자금파문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고 경영혁신을
가속키위한 대규모 인사를 계획하고있어 빠르면 이달중 시작되는 재계의
정기임원인사는 예년보다 그 폭이 휠씬 클 전망이다.

현대 삼성 LG 선경등 주요 대기업그룹들은 비자금 파문의 후유증을 최소화
하는 방안의 하나로 대대적인 임원인사를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코오롱등 일부그룹은 경영권의 조기이양까지도 검토중이다.

게다가 올해엔 영업실적이 크게 호전돼 그에따른 인센티브성격의 승진인사
도 풍성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각그룹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따라 이번 정기임원인사는 규모가 크다는
점외에도 몇가지 색다른 특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첫번째 꼽을 수있는 변화는 로비인맥보다 정보와 영업통을 중시하는 인사
패턴이 나타날 것이라는 점.

삼성그룹 인사담당자는 "비자금파문으로 로비의 시대는 가고 정보및 전략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기가 도래했다"며 재계 전반적으로 정보 영업통들이
중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두번째는 국제통의 전진배치.

현대그룹이 자타가 공인하는 국제통인 박세용사장을 그룹종합기획실장으로
임명해 인사및 조직 개혁에 나설 채비를 갖춘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그룹이
세계화추세에 맞춰 해외전문가를 부상시킨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세번째로는 젊은 인재들의 발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의 경우엔 구본무회장이 직접 과감한 발탁인사를 공언했으며 코오롱도
이웅렬부회장으로의 회장직승계에 대비해 임원진의 연령을 크게 낮출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최근의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지원부서에 불과했던 법무팀들의
위상을 높여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그룹별로 보면 현대의 경우 정주영명예회장이 사면된후 제철소건립
추진등 새 사업으로 활력을 되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 시기적으로도
이번 인사가 아주 중요하다.

이 때문에 정명예회장의 정치참여 파문이후의 굳어진 조직에 충격요법을
주기 위해서라도 국제통 중심의 젊은 임원 발탁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그룹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와함께 제철소건립 추진과 관련해 현대강관과 인천제철에 그룹의 "핵심"
을 내세울 공산도 크다.

삼성은 이달말이나 내달초로 잡고있는 부사장급이하 임원인사에서
소그룹장들의 인사권을 확대, 상무이하는 각 소그룹장들이 실시토록해 승진
및 발탁인사를 뒷받침할 방침이다.

삼성은 이미 지난3일의 사장단인사에서 이윤우 전자대표와 이학수화재대표
등 40대 대표이사 사장을 탄생시켜 파격적인 발탁인사를 예고해 놓은 상태
이다.

삼성관계자는 영업실적이 우수한 전기 전자 부문등에서 승진인사가 풍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LG그룹도 큰 폭의 인사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기인사는 예전의 LG와 다른 파격적인 인사가 될 것"(그룹회장실
관계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LG관계자들은 특히 구본무회장이 "과감한 발탁"을 공언한 점에 주목, 이번
임원인사는 창사이래 최대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선경그룹 역시 능력과 실적을 중시한 발탁인사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룹내부에서는 최종현회장이 말끝마다 "글로벌경영시대에서는 임원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점을 들어 "국제파"들이 대거 부상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쌍용의 경우엔 김석준회장이 "자동차살리기"를 모토로 내건만큼 자동차쪽을
보강하는데 인사의 촛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승진인사는 영업실적이 양호한 쌍용양회에서 많이 나올 것이라고 그룹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외에 한진 코오롱등에는 후계체제 확립을 위한 "물갈이형" 인사설이
나돌고 있다.

<양홍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