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대통령 선거에서 알렉산데르 크바스니에프스키가 레흐 바웬사
현대통령을 물리치고 당선된 것은 동구권에서 일고 있는 "공산주의에
대한 향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크바스니에프스키의 승리는 공산시절 반체제운동의 상징이었던
바웬사를 상대로한 승리라는 점에서 동구권 국가들에게 미칠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전공산주의자 크바스니에프스키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폴란드의
정치.경제정책기조가 크게 바뀔것 같지는 않다.

당선직후 크바스니에프스키가 "우리의 최우선목표는 유럽연합(EU)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입이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바웬사현대통령의 노선을 크게 변경하지 않고 계승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산주의가 몰락한지 6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동구권 주민들은
지지부진한 경제개혁의 성과로 삶의 질이 예전에 비해 크게 저하됐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러한 불만은 각종 선거에서 그대로 들어나고 있다.

지난 92년 11월 리투아니아 선거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공산주의자들의
재기움직임은 93년 폴란드 총선에서 구공산주의자들의 압승으로 이어졌으며
지난해 5월에는 줄라 호른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 사회당이 두번째 자유총선
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민주화 과정에서 발생할수 있는 일시적인 좌절감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공산정권 붕괴이후 누리고 있는 개인적 자유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으며 국가별 편차는 있을수 있겠지만 좌파재기의 구시를 제공한
경제상황도 호전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크바스니에프스키의 승리는 바웬사를 상대로 이끌어 낸 것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겠지만 그의 승리는 공산주의 부활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크바스니에프스키는 바웬사의 경제개혁속도를 늦추기는 하겠지만
시장경제중심의 기본경제틀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