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한화종합화학이 또 맞붙었다.

바닥장식재 조립식욕조 PVC창호재에 이어 이번에는 전력케이블용 복합
수지분야 제품에서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

그러나 이번 대결은 "챔피언" LG화학에 한화가 도전하던 그간의 경쟁구도
와 정반대다.

LG가 후발주자가 돼 한화를 뒤쫓는 형태다.

게다가 복합수지분야 최초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끈다.

전력케이블용 절연재 복합수지는 에틸렌 중합제품인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에 첨가제를 넣어 절연성을 높힌 일종의 콤파운드제품.

유화업계가 불황에 대비해 전략품목으로 개발하고있는 복합수지분야의
대표적 제품이다.

국내시장규모는 연1천5백억원정도로 그리 크지않은데도 양사의 대결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복합수지는 다품종 소량생산인데다 제품의 특성상 시장판도를 바꾸기기
무척 힘들어 좀처럼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 부문이다.

이 전력용 절연재 복합수지도 국내 시장규모가 크게 잡아 1천5백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복합수지는 에틸렌을 중합해 만드는 LDPE(저밀도폴리에틸렌)에 다시
첨가제를 섞어 만들어 내는 콤파운드 제품이다.

전력케이블의 전압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 지가 이 제품의 생명이다.

이물질이 포함되면 전선이 파열되고 문제의 소재로 전력케이블을 만든
전선제조회사는 파산을 각오해야한다.

이 때문에 전선회사들은 수십년간의 경험으로 신뢰할 만하다고 판정된
복합수지를 절대적으로 선호한다.

신제품으로 대체하는데는 거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현실적으로 선발주자가 "선발"의 메리트를 한껏 누릴 수 있는게
이 전력케이블용 복합수지 시장의 특징이다.

세계적으로는 현재 15만4천V급 초고압선용 절연재인 일오사(154)제품까지
상업화가 이루어져있다.

국제적인 절연재 메이커인 구미및 일본의 5개업체정도가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과점양상이다.

LG와 한화가 격돌한 제품은 이 154보다 한단계 낮은 2만2천9백V급
특고압용 절연재이다.

한화는 지난86년에 이 특고압용 복합수지의 상업화에 성공해 현재까지
독점을 누려왔다.

LG는 지나달25일에야 이 제품을 시판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약10년만에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같은계열사인 LG전선과 국제전선이 국내 특고압 절연재의 50%를
소비하고 있습니다"(LG화학 임종명 PE마케팅팀 과장)

복합수지에 관한한 한화가 10년선배일지라도 LG의 시장잠식 속도가 빠를
것임을 암시하는 말이다.

LG관계자는 절연 합성수지의 경우엔 개발기술보다도 수요처인
전선회사로부터 제품에대해 신뢰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든든한 전선회사 계열사가 2개나 "비빌언덕"으로 버티고
있으니 도전장을 내볼만 했다는 것이 LG측의 계산이다.

실제로 LG전선은 LG화학이 만든 절연재 복합수지를 구매한 첫 고객으로
기록됐다.

"계열사가 아무리 많다고해도 절연재의 경우 시장 잠식속도가 빠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한화종합화학 유승훈 PE사업부 차장)

무엇 보다도 상업화연수가 중시되는 절연 복합수지의 특성상 계열사라도
기간을 길게잡고 조심스럽게 서서히 소재를 대체해 나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LG전선과 국제전선의 주문이 대부분 LG화학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한화측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화도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다.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아 보자는 것이다.

지금도 월 2백-3백t을 수출하고 있으나 공장증설을 통해 본격적인
수출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LG도 국내시장에서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리면 바로 동남아시장에도
손을 뻗는 대 추격전을 예고하고있다는 점이다.

말레이시아의 최대 전선공장인 리더 케이블이 LG그룹의 합작사라는
잇점을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절연 복합수지를 놓고 벌이는 LG와 한화간의 대결무대가
갈수록 확대되면서 예상외로 큰 접전이 일어날 수 있어 더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양홍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