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를 글자의 뜻 그대로 풀어보면 세간에 흘러다니는 말고
날아다니는 말이다.

아무런 근거가 없는 헛소문이다.

유언비어라는 말은 중국 한나라때 생겨났다.

경제(기원전 157~141)와 무제(기원전 141~87)때 왕족 근친들이 세력다툼을
하면서 상대방을 모함하여 함정에 빠뜨릴 목적으로 거짓말을 은밀하게
유포시킨데서 유래되었다.

이처럼 다분히 계략적인 의도가 깔려 있는게 동양에서의 유언비어 개념
이다.

반면에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유언비어는 그 양태가 다르다 민중속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서 사람들의 입을 통해 퍼져나가는 근거없는 소문,
즉 루머다.

민중을 조작하고 선동할 목적에서 의식적 의도적으로 유포시키는 허위
정보, 즉 데마(demagogy)와는 구별되는 개념인 것이다.

그동안 사회학자들이 루머가 생겨나는 원인을 설명해놓은 것을 보면 자못
흥미로운 점이 없지 않다.

커뮤니케이션의 회로가 자유롭지 못하고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만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루머가 생겨난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권력층에 유리한 정보만이 사람들에게 전달되게된다.

그때 그 정보가 현실에서 일으다고 있는 사건들을 합리적으로 해석할수
있게 해 주는 경우에는 루머가 생겨 나지 않으나 정보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을 경우에는 사람들은 현실을 해석하기위해 갖가지 루머를
만들어 내게 된다.

이러한 루머는 완전히 헛소문인 경우도 있고 또 어느 일설만이 전파적으로
강조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루머가 정확한 정보인 경우도 있다.

그것이 루머의 속성인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루머의 속성을 과거의 경험을 통해 터득해 왔다.

지난달 강권 통치하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시대 이후로 무수히 난무했던
각종 루머들 가운데 많은 부분이 뒷날 사실로 판명되었기때문이다.

그러한 경험적 무의식이 우리로 하여금 정치적 사건이 일어날때마다
루머의 난기류로 빠지게 하는지도 모른다.

검찰당국이 최근의 비자금정국에서 증폭된 각종 악성루머의 진원지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국가나 사회의 안위를 위협할 소지가 있는 루머는 발본색원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으나 그 발생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여 처방하는 예지도 따라야
할것 같다.

그와 더불어 당국의 비자금관련 수사방향 르 소상히 밝혀 국민들의 의구심
과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는 것도 그 한 방법일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