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서울시 정무부시장>

앨빈 토플러의 저서 "제3물결의 정치"(한국경제신문사간)는 작은 규모의
조직뿐만 아니라 인류 사회 전체의 구조, 민주주의 제도의 규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오늘날 여러 국가가 겪고 있는 중앙집중화 관료화 규격화 최대화 등의
문제는 산업사회의 정치제도나 조직인데 이 틀이 역사 발전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데서 문제의 본질을 찾고 있다.

이 책에서 토플러는 미래정치의 새로운 원리로 몇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소수세력(minority power)의 원리이다.

지금까지는 "다수결의 원리"가 거의 지배적이었는데 이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중교육 대중미디어등 대중산업사회의 정치적 표현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산업주의를 뛰어넘어 급속히 탈대중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어 다수결의 원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러 소수파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정당화시키는 상상력이 풍부한
새로운 장치, 즉 변화에 민감한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대표자들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하여 스스로 대표자가 되는
방향, 즉 반직접 민주주의(semi-direct democracy)로의 전환이다.

세번째는 결정권의 분산, 즉 결정권의 집중을 분산시켜 결정권이 소속된
곳에다 그 권한을 이관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지도자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마비상태에 대한
해독제이다.

서울 시장에게는 거대한 조직을 관리할 책임과 권한이 주어져 있다.

국방분야를 제외한 다양한 부문과 집단,계층의 이해관계를 단순한
다수결의 원리로 이끌어 가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리고 시민의 참여 없이 공무원의 능력과 사고방식만으로 시정을
이끌어 가기도 어렵다.

지난 30년동안 중앙집권적 군사문화속에서 살아온 우리 사회가 21세기를
앞두고, 전면적인 지방자치 시대를 맞이하여, 어디로 나아가야 할 지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토플러의 책은 좋은 사고의 단초를 제공해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