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말을 하고 숫자를 셀수 있다.

때로는 동물보다 더한 생존경쟁을 벌인다.

이성을 유혹하는데도 사람못지 않다" 복잡한 식물의 세계를 재미있게
설명한 "식물의 사생활"(데이비드 애튼보로저 과학세대역 까치간)이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책은 햇빛이나 자양분을 찾아 쉴새없이 움직이는 식물들의 생존방식을
컬러화보와 함께 보여준다.

저자는 BBC TV의 자연생태계에 대한 프로그램 제작으로 전세계적인 관심을
불러모았던 인물.

대영박물관의 이사이자 왕립협회회원이기도 하다.

그에 따르면 식물들은 사람과 똑같이 서로를 인식하고 볼수 있으며
의사소통도 자유롭게 한다.

생울타리꽃은 해질녘에 서쪽을 바라보지만 밤에는 동쪽으로 얼굴을 돌려
새벽 햇빛을 받는다.

계속해서 며칠동안 동일한 조명아래 놓아둬도 이러한 운동은 반복된다.

식물이지만 시간을 잴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지옥풀은 한번이 아니라 두번을 건드려야 잎이 닫히는데 이는 수를 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식물들은 삶을 위협하는 여러가지 조건을 스스로 극복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생활터전이자 먹이수집의 장소로서 필요한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이웃식물이나 동물들과 싸운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땐 다른 유기물질을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며
배우자를 놓고 다른 개체들과 경쟁하기도 한다.

저자는 식물이 동물보다 더 생존에 성공한 유기체라고 말한다.

육지생활을 가장 먼저 개척하고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을 먹여살리는 식물은
그래서 생명력이 강하다.

북극지방의 에스키모들이 생활여건이 나은 남쪽으로 내려오기 전, 야채
구경을 못하고 물고기나 물개과 동물들만 먹었다지만 사실은 그들도
매개체인 동물을 통해 바다표면의 미생물인 조류를 섭취했다.

조류 또한 식물이다.

이책은 인간이 아닌 식물의 시각으로 그들의 생존양태를 펼쳐보인다.

줄기와 열매로 여행을 떠나는 모습과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기술, 식물
사회에서의 투쟁등이 6장에 나뉘어져 있다.

꽃식물중 가장 키가 큰 오스트레일리아 산물푸레나무는 높이 90m가 넘고
그 숲에 자라는 나무고사리는 4.5m나 된다.

그런가하면 고목에 기생하는 말굽버섯이 나무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이유도
설명돼 있다.

저자는 말미에서 "식물들이 견디지 못하는 유일한 고통은 인간의 고의적인
파괴행위"라며 "식물이 없어지면 인간은 물론 동물도 멸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