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우리 경제가 아직도
활황가도를 달리고 있으나 내부의 성장추진력은 크게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경기활황정도를 보여주는 성장율은 3.4분기 9.9%로 작년 4.4분기이후 4분기
연속 9%를 웃돌고 있다.

"소득 1만달러를 앞둔 나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성장세"(정웅진 한은
조사2부장)라고 불리울 정도다.

그러나 각론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구석구석에 "구조적 불안정"요인들이 커지고 있다.

각 연구기관들은 4.4분기 성장율을 이미 7% 후반대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이 경제에 적지않은 영향을 가져다
주고 있다.

한국은행등 관계당국에서는 아직 "경기의 연착륙"을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를 보면 연착륙이 어려울지도 모든다"는 전망들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실정이다.

급락하는 주가등 체감경기는 더욱 빠른 속도로 추워지고 있다.

최근 나타나는 "구조적 불안정요인"은 우선 기계류 설비투자의 둔화를
들수 있다.

운수장비를 포함한 전체 설비투자는 3.4분기 증가율이 21.1%로 2.4분기
(19.0%)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기계류만 떼어놓고 보면 20.4%로 1.4분기(33.1%) 2.4분기 29.1%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기계류 설비투자는 기업들의 생산능력과 직접 연결된다.

따라서 기계류설비투자의 둔화는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장계획이 마무리
되었다는 신호로 앞으로 기업들의 생산증가가 둔화될 것을 예고해준다.

두번째 신호는 미분양아파트가 늘어나는데도 건설업의 성장률이 높다는 것.

건설업은 3.4분기에 11.6% 성장했는데 건설업이 두자리수 성장률을
보이기는 주택 2백만호 건설이 한창이던 지난 93년 4.4분기(12.9%)이후
처음이다.

현재 미분양아파트는 약14만4천호로 가격으로 따지면 5조원어치에 이른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미분양아파트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건설경기는 조만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은은 당초 내년도 연착륙전망의 근거로 건설과 민간소비의 신장세가
성장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미분양아파트문제로 건설경기가 급격히 꺽일 경우 내년 성장률이
전망치(7.3%)보다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세번째는 경기양극화의 심화다.

중화학공업의 성장률이 17.4%로 지난 83년 3.4분기(24.3)이후 최고성장을
기록했다.

산업기계(25.7%) 전기전자(27.6%) 수송장비(26.6%)등이 올들어 계속 20%가
넘는 성장을 보였다.

엔고로 인한 수출증가에 힘입은 성장세다.

반면 경공업은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꺽였다.

3.4분기 성장율은 마이너스 3.1%로 2년만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경공업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엔고가 최근들어 엔저로 돌아서는등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중화학공업의 괄목할 만한 신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하다.

이런때에 경공업마저 마이너스 성장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경제의
기초가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엔저 노전대통령비자금파장등 변화하는 경제환경에 정책당국의 발빠른
대응이 어느때보다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