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원조전의원을 상대로 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의 92년 대선자금
유입 문제를 조사할 수 있을까.

또 검찰은 과연 그를 사법처리할 수 있을까.

검찰이 5.6공 기간내내 "금융계의 황제"로 군림해 온 이전의원을 23일
오전 소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주변은 물론 정계 재계 금융계에
이르기까지 온통 관심은 이 두가지 의문에 쏠리고 있다.

특히 이씨가 과거 검찰도 손을 못댈 정도로 권력과 밀착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의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는 지난 89년 5공 비리 수사와 지난 93년 동화은행사건등 두번에 걸쳐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그러나 5공 비리때는 기소중지및 무혐의로, 동화은행 사건때는 해외 도피로
검찰의 예봉을 벗어났다.

이씨가 이처럼 "검찰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그가
5.6공은 물론 현정권에 이르기까지 정권 창출을 위한 자금조달의 총책역을
맡아 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로서도 "정계의 뇌관"인 그를 자칫 잘못 건드리다가는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의 처리에
전전긍긍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검찰의 "몸사리기"는 이번 수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검찰은 36명의 대기업총수를 조사하다가 장상태동국제강회장이 이씨를
통해 노씨에게 30억원의 비자금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같은 사실을 숨겨 오다가 결국 노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지법 김정호판사에게 허를 찔러 "마지못해 하는식"으로 이씨를 소환
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검찰주변에서는 검찰의 이같은 태도를 볼 때 검찰의 이씨에 대한
수사범위는 한계가 있지 않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노씨 비자금 사용처와 관련, 이전의원을 상대로 대선
자금 문제를 조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답변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현재로서는 검찰이 이씨에 대한 수사를 곧바로 대선자금등에 수사로
연결시켜야 할 당위성이 없다는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이렇게 볼 때 검찰은 이씨 수사의 초점을 "노씨의 비자금 조성 관여부분"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

즉, 동국제강 장회장에게서 확인된 것과 같은 혐의를 중심으로 이씨가
기업인과 노씨 사이에 어떤 다리역할을 했는지에 비중을 둘 것이란 얘기다.

또 이씨가 금융계의 황제로 불린 만큼 은행장 인선과 기업 대출등에 개입,
비자금을 조성한 뒤 노씨에게 전달했는지도 수사 포인트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씨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대선자금 수사문제와는 달리 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는 이씨가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당시 안영모전행장으로부터 2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이미 확인된데다 노씨의 비자금 조성과정에서 그가
개인적으로 거액의 뇌물을 챙겼다는 혐의도 일부 포착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선자금을 우회하면서 이씨까지도 비껴간다면 여론의 드센 비난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검찰이 이씨를 상대로 무엇을 얼마나 조사하며 그를 사법처리할
수있는냐는 이제 전적으로 검찰의 의지에 달렸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
이다.

검찰관계자는 "검찰이 이씨를 어떻게 상대하는냐가 곧 검찰이 "정치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윤성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