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중수부(안강민 검사장)는
23일 노씨 비자금 조성및 운용실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원조전의원을 이날 오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씨가 동국제강 장상태회장으로부터 30억원을 받아 노씨에게
건넨것을 비롯, 대기업 총수와 금융권 관계자들을 노씨에게 연결시켜
주는 비자금창구역을 맡아왔다는 의혹에 대해 밤샘 추궁했다.

검찰은 특히 계좌추적등을 통해 이씨가 1천억원대의 비자금 계좌를
관리해왔으며 대선직전인 지난 92년 11월을 전후해 이 돈의 대부분을
인출한 사실을 포착하고 대선자금 조성의혹에 대해서도 중점조사했다.

검찰은 이와함께 이씨가 6공 당시 은행감독원장등을 거치면서 금융기관
설립, 은행장 선임, 대형 국책사업자 선정과 대출알선과정등에서 거액의
비자금을조성, 이중 일부는 개인적으로 챙긴 사실이 있는지도 조사했다.

검찰은 이씨 소환에 앞서 행장 연임 로비 대가로 이씨에게 2억원의
뇌물을 준 안영모전동화은행장과 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등 관계자들을
대거 소환, 이씨의 혐의에 대해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 조사를 통해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및 알선수재 혐의등으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씨등에 대한 사법처리는 12월5일 이전에 있을 수사결과발표때
일괄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6공 당시 상무대이전 사업과 관련, 1천6백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수주한 조기현전청우종합건설회장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조씨가 공사비를 과다계상하는 수법으로 공사비중 1백89억원을
빼내 노씨등에게 상납했다는 의혹에 대해 중점 추궁했다.

검찰은 또 이날 오후 문영호중수2과장과 김진태검사등 2명을 서울구치소
로 보내 수감중인 노씨에 대한 2차 출장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노씨에게 비자금 총액 규모와 대선자금 사용등에 대해 재차
신문했다.

검찰은 포항제철이 노씨에게 거액의 비자금을 상납했다는 의혹과 관련,
이날 포철전자금담당 상무 송기환씨를 소환, 사실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관계자는 "계좌추적과정에서 포철이 관련된 수표가 나온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그 액수는 별 것 아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유개공이 발주한 석유비축기지 수주 비리와 관련, 현대건설의
자금관계자를 통해 이명박민자당의원(전현대건설회장)의 지시로 유각종
당시 유개공사장에게 비자금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의원에 대한 소환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석유비축기지 수주 비리와 관련,24일 오전 구자원LG금속부회장
(전럭키개발사장)을 소환조사한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관계자는 한편 노씨의 해외 비자금과 관련, "스위스 연방검찰이
구체적인 계좌추적 절차에 검토를 마쳤으며 관련법령에 따라 최대한
협조할 의향을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연방검찰도 노씨의 딸 소영씨의 미화20만달러 밀반입
사건에 대한 검토를 끝낸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관련자료를 우리에게
넘겨주기 위해서는 미국법원의 결정이 필요한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