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국의 증권거래소앞에서는 한 투자자의 권총자살미수사건이
벌어졌다.

비바트 스리삼마치파라라는 이 투자자는 "깡통계좌"로 빈털터리가 된 것에
실망, 죽음으로써 하소연하려고 했던 것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경제전문지인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사건을 비교적
크게 보도하면서 "마치 1929년 미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진 주가폭락사건을
보는 듯하다"고 평했다.

태국증시는 지난 6월까지 연중최고치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다가
7월의 개각이후 인플레,경상수지적자,저소득층의 생활수준악화등으로
정부의 인기도가 땅에 떨어지면서 주가도 18%이상 떨어졌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의 시위가 연일 벌어지다시피하고 있다.

한때 제당관련사업으로 백만장자소리를 들었던 비바트씨가 "돈도 친구도
가족도 모두 떨어져 나가 이제 남은 것은 아무도 없다"고 하소연하면서
목에 권총을 쏜 것은 극단적인 시위이다.

이 사건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실감한 태국정부는 시장원리
를 신봉하던 원칙을 깨뜨리고 부리나케 증시대책을 마련, 민심수습이라는
정치적인 선택으로 돌아섰다.

이런 얘기를 듣는 국내투자자들은 동병상련에 젖어 들만하다.

심화되고 있는 기관화장세속에 개인투자자들은 철저히 소외되고 비자금
파문이라는 정치적인 사건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을 했으니 정부와 집권여당
을 원망하고도 남을 일이다.

23일에는 제법 강한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처럼 주가가 속락할
경우 우리나라 역시 깡통계좌가 속출할 수가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내년총선을 앞두고 이미지관리를 위해 부양책을 쓸
것으로 기대하지는 말자.비바트씨의 사건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주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매수주문을 내는 태국의 투자자들
처럼 국내시장에도 성숙한 투자자들이 긴 안목을 갖고 나설 때가 아닌가
싶다.

< 이 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