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앞두고 거액자금의 이탈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물론 뭉칫돈이 종합과세 대상상품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건
아니다.

그러나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을 매입했던 개인투자가들이
서서히 장기채권등 다른 상품으로 투자대상을 바꾸고 있다.

이에따라 국민주택채권등 장기채권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가속화돼 비자금파문이 마무리되고 종합과세를
눈앞에 둔 다음달엔 절정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 투금사등 금융기관들은 이에따라 이탈자금을 최소화하기위해
신상품개발과 부대서비스강화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들은 종합과세를 회피하기위한 자금이동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단지 비자금파문이 장기화되면서 거액예금주들이 선뜻 돈을 빼내려하지
않고 있어 돈의 움직임이 아직 많지는 않을뿐이라는 분석이다.

자금이탈조짐은 우선 CD에서 나타난다.

5대시중은행의 경우 CD발행잔액은 지난달말 6조8천79억원에서 지난 20일엔
6조6천4백12억원으로 줄었다.

관계자들은 "이 수치만 근거로 CD자금이 빠져나간다고 예단하는 건 무리"
라면서도 "이달에 만기가 된 CD중 일부는 한달짜리 CD를 재매입하고 일부는
다른 상품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D이탈은 다음달에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5대시중은행의 CD발행잔액중 절반정도인 3조여원이 다음달에 만기가 된다.

지난 9월 종합과세를 회피하기위한 자금이 일시적으로 CD에 단기 운용한
탓이다.

은행들은 다음달에 만기가 되는 CD중 상당수가 재매입을 포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발신탁의 감소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지난 9월까지는 5년짜리 개발신탁이 종합과세에서 제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개발신탁은 개인들에게도 선호상품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개발신탁이 종합과세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한 정부의 해석이
나오지 않자 개발신탁을 찾는 개인은 거의 사라졌다는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실제 개발신탁은 이달들어 지난 20일까지 3백16억원 감소, 전년동기
3백5억원 증가했던 것과 대조를 보였다.

대신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종합과세를 회피할수 있는 특정금전신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하더라도 5년이상 장기채권을 매입할 경우에만
종합과세에서 제외된다.

은행들은 그러나 미리 보유한 5년이상 장기채중 만기가 2~3년남은 채권을
매입토록 함으로써 종합과세를 피해갈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정금전신탁은 이달들어 지난 20일까지 1천4백90억원 늘었다.

은행들은 자금이탈을 방지하기위해 신상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대부분 은행들이 "타익신탁"을 개발했으며 "장기채 편입 특정금전신탁"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대출한도를 늘리는등 부대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또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 세금부담을 이자율로 상쇄할수 있다고 권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 자금중 상당 정도는 종합과세를 피해 다른 상품이나
부동산등으로 이동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 하영춘기자 >

<>.투금사들은 다음달 "종합과세 엑소더스"현상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
세무상담 확대등 단골고객 잡기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일부 투금사들은 자체보유중이거나 채권 모집상을 통해 사들인 장기채권을
개인고객들에게 매각하는 방법으로 단골고객들에게 채권매입 서비스를
하기도.

동양투금 관계자는 "현재 개인예금주의 거액예금중 80%이상이 12월에 가서
예금의 향방을 결정짓겠다는 눈치예금"이라며 "이들 개인예금주가 대부분
투금사를 빠져나갈 경우 12월중 자금시장이 크게 동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투금사 총수신잔액중 10조원 안팎을 차지하는 개인예금이 기업어음(CP)
등에서 이탈할 경우 CP를 통해 단기운용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서울지역 투금사 한 임원은 "개인고객 이탈을 막을 상품이 현재로서는
없으며 다만 종합금융사로 전환되는 내년 7월이후 취급할 수 있는 투신
업무에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고 토로.

< 정구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