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24일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야권에서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는 "5.18특별법"을 제정하라고 민자당에 전격 지시, 비자금사태로
꼬일대로 꼬인 정국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5.18"을 쿠데타로 단정하고 진실을 규명해야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김대통령은 집권후 여태까지 그 성격에 대해서도 "쿠데타적 사건"정도로
규정하고 "역사의 심판에 맡기자"는 일관된 입장을 보였었다.

그러나 "5.18"이나 전직대통령의 비자금문제가 정권의 뿌리까지 뒤흔드는
짐으로 압박해 옴에 따라 "역사적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보여진다.

91년의 3당합당후 떨쳐버릴수 없었던 5,6공세력과의 동거라는 "멍에"에서
이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물론 이같은 김대통령의 결단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여부에 대한 최종결정에
앞서 여권이 스스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정치적 부담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헌재가 위헌성이 있다고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그동안의 일반의
예상이었던점등을 감안할때 아예 이를 선수로 썼다고 볼수 있다.

특히 민자당의 지도체제와 내년총선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민자당내의
복잡한 사정을 그대로 안고 갈경우 여소야대나 제2당으로 전략하는것은
물론 제3당이 될것이라는 국민여론을 감안할때 이같은 극약처방외의 카드는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대통령이 이같은 카드가 현재의 "난국"을 풀수있을 지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여권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지만 국민의 관심을 일단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문제에서 "광주"문제로 돌리는데는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민자당명을 바꾸도록 지시한데 이어 새로 출범할 "YS당"의
지도체제도 개편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번
결단을 계기로 차제에 여권진용에 대한 획기적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럴 경우 민자당내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게 되고 인적 구성 자체도
엄청난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계파라는 말 자체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구여권인사들의 이탈과 재야세력을 비롯한 신진인사의 대거 영입도
점쳐볼 수 있다.

새로 이름을 바꿔 출범하는 "YS당"은 인적구성이나 조직등 모든면에서
창당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도 전혀 새로운 정치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민회의나 민주당측이 여권핵심부를 괴롭히는 아킬레스건으로
활용했던 "5.18"을 김대통령이 특유의 정면돌파 전략으로 활용해 버린
형국이다.

정치권에서는 김대통령이 이번 결단을 계기로 정국주도권을 회복하면서
정치권의 세대교체와 새판짜기를 유도해 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야 개념보다는 "개혁세력대 구세력내지 반개혁"으로 분위기를 끌고
갈것이 분명하다.

야권에서는 겉으로는 환영하면서도 내심으로는 다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5,6공세력과의 연대는 결코 있을 수 없다던 민주당은 이제 김대통령측의
과거 민주화세력과 손을 잡을 명분을 얻게 됐다.

정계개편의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그러나 김대통령이 이같은 정면돌파가 정치권 전체를
다시한번 대혼돈으로 몰아넣는 사태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전직대통령들과 당시의 고위인사들에
대한 처리문제등 부수적으로 따를 일시적 혼란은 감수하겠다는 것이 여권
핵심부의 의지이긴하다.

그러나 그에 따른 정치 경제 사회적 여파는 엄청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통령의 이번 결단이 어떤 파장을 미치고 정치권을 어떻게 변화
시킬지지는 앞으로 비자금정국의 마무리수순과 와 "5.18특별법안"에 대한
여야절충과정등에서 드러날 여권의 총제적 정국구상을 본뒤라야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