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광기의 경계는 어디쯤인가.

열정은 삶을 따뜻하게 하지만 지나치게 뜨거우면 인생을 황폐하게
만들기도 한다.

프랑스 낭만주의시인 랭보는 이같은 "이중의 불꽃"을 넘나들며 짧은
생애를 살다간 대표적 인물이다.

영화 "토털 이클립스"는 천재시인 랭보와 베를레느의 삶을 통해
운명적으로 방황할수 밖에 없는 인간의 고통을 그리고 있다.

37세에 요절한 랭보는 16세때 그의 천재성을 발견한 베를레느와 만나
동성애를 나누며 애증의 세월을 보내다 아프리카에서 얻은 다리종양으로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영화의 제목은 "개기일식"을 뜻하지만 여기에는 해와 달이 겹치는
자연현상뿐만 아니라 남성성과 여성성, 랭보와 베를레느의 동성애,
사랑과 광기의 결합이 상징적으로 담겨 있다.

수입전부터 동성애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고 해서 화제가 됐지만
동성애는 주제를 떠받치는 장치일 뿐이다.

그보다는 문학과 인간에 대한 열정,운명을 거부하는 "시대적 이단자"의
고통이 영화의 중심을 이룬다.

이야기는 랭보가 베를레느의 초청으로 파리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자신만만하고 거만하기까지 한 랭보에게 강한 인상을 받은 베를레느는
아내마저 버릴 정도로 그에게 이끌린다.

당시는 동성애가 도덕적 법률적으로 죄악시 되던 때.

삶의 위안을 찾으려는 베를레느와 인생의 본질을 추구하는 랭보는
서로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자 헤어지기로 하지만 현실은 두사람을 더욱
혼란에 빠뜨린다.

합류와 결별을 거듭하던 끝에 베를레느가 랭보에게 총을 쏨으로써
두사람은 마침내 헤어진다.

랭보역을 맡은 할리우드 신세대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무난하지만 후반부의 중년모습에서는 다소 어색하다.

반면 베를레느를 연기한 데이빗 툴리스의 절제된 연기력은 돋보인다.

( 12월2일 서울/씨네하우스/녹색 극장 개봉 예정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