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이후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한 덩치불리기에 치중해 왔던 미
제약업체들이 최근들어 조직축소및 업종전문화에 힘을 쏟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제약업체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약품제조및 판매부문조직을
잘라내고 신약원료연구개발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

미 중소제약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약품제조나 유통부문을 경쟁력이
있는 대형 제약업체들에 떠맡기고 있는데서 찾아볼수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1년간 제약업체들간 이같은 내용의 제휴계약
건수는 모두 2백46건.

93년7월부터 1년간의 1백52건에 비해 62%나 늘어난 것이다.

미 중소제약업체들이 이처럼 연구개발분야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은 방대한
조직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되고
있다.

볼티모어에 있는 길포드사의 경우 신약개발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을
유지하며 신물질 개발분야에만 치중, 간접비용을 대폭 줄여 나가고 있으며
멜버른사는 다른 업체에서 개발한 약품에 대해 전문적으로 임상실험만
대행해 주는 쪽으로 조직을 대폭 정비해 나가고 있다.

소규모 신생제약업체들은 특히 과거와는 달리 임상실험을 다른 업체에
맡기고 신약개발이나 새로운 유전자연구등 연구개발업무에 조직력을 응집
하는 경향이 뚜렸하다.

한예로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있는 인사이트사등은 인간유전자에 관한
데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유전자배열순서에 관한 정보를 판매하는 업무에만
전념하고 있다.

인사이트는 기업을 공개한지 2년밖에 안됐으나 독일 훽스트 등 세계적인
제약업체들과 수천만달러의 기술제공계약을 체결하는등 전문화에 성공한
업체로 꼽히고 있다.

샌디애고의 크로마좀사는 미생물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혼합, 박테리아 내에
삽입한 다음 여기서 약효가 있는 화학물질을 생산해 대기업에 라이선스계약
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의 마이클 딕맨사장은 "실패할 위험이 있는 완성약품 한개를 갖기
보다 100가지 약품에 사용되는 물질 하나를 갖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 중소제약업체들의 이같은 전문화 경향은 업무영역을 확장했던 중견
업체들이 지난 2년동안 잇따라 도산위기에 직면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센토코사의 경우 조직을 확대하려다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90년대 초반, 새로 개발한 항바이러스제 센톡신을 판매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며 독자유통망을 구축했으나 신약이 불량품임이 판명
되면서 부도위기에 직면했었다.

이 회사는 무조건적인 조직확대로 인한 경영난으로 허덕이다가 인력을
1천6백명에서 5백명으로 줄이는등 과감한 조직축소를 통해 가까스로 부도
위기를 넘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업계의 이같은 새 전략이 과연 이익을 낳을 것인가에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업계전문가들은 센토코가 재빠른 조직축소와 전문화전략으로 앞으로 1년
이내에 적자폭을 줄이고 흑자까지 바라볼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등
중소제약업체들의 전문화경향에 후한 점수를 매기고 있다.

이들은 또한미제약업체들이 앞으로는 80년대식 외형불리기 경쟁보다는
전문화에 보다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유재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