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유럽 3국에는 직접 투자를 하거나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서도 외국인
으로서 정.재계에 깊숙이 관여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럽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경영컨설턴트들이 바로 이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업간 상호교류의 다리를 놓아주기도 하고 때로는 정부간 협의까지
개입하는 사례도 있다.

또 아직까지 번듯한 민간경제단체가 없는 이 지역에서 기업인들의 공동
이해를 모아 정부정책에 반영시키는 역할도 수행한다.

덴마크에 본부를 둔 다국적경영컨설팅업체 CDI의 요란타 앤더슨회장
(62.여)도 그런 부류의 한 사람이다.

그녀는 폴란드에서 한국의 상공회의소와 비슷한 단체인 "비즈니스클럽"의
고문역을 맡고 있다.

개방초기에 폴란드의 통상.외무정책수립에도 입김을 행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한국기업들은 문화적 관점에서 대중유럽 진출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전통을 무시하고 한햇동안 만들어낸 부가가치만을 표시
하는 국민총생산(GDP) 따위로 중유럽국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게
앤더슨회장의 주장이다.

"폴란드 헝가리 체코 모두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중심국이다. 또 기초과학분야에서는 세계최고로 내세울
만한 것들이 널려 있다. 아직 시장경제경험이 짧아 연구실에서 만들어낸
성과를 어떻게 상품화하는지를 모를 뿐이다"

앤더슨회장은 중유럽에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을 보면서 "너무 준비없이
무작정 들어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뒤 "중유럽인들의 저력을 인정한다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인력양성과 거래처육성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또 현재 한국기업들의 직접투자가 너무 노동집약적인 분야에 몰리고
있는데 대해서도 그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으로 봤다.

"절대임금수준이 현재 서유럽국가의 20~30%수준에 있다고 하지만 높은
물가상승률과 임금상승추이를 볼 때 곧 저임금 매력은 없어진다. 벌써 일부
고학력인력들은 서유럽수준의 임금을 줘야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앤더슨회장은 중유럽이 아직까지는 서유럽지역에 대한 우회수출기지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수입규제회피를 목적으로만 투자한다면 곧 낭패를
당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