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6새30분.

오늘은 67산악회가 등산을 하는 7월 둘째주 일요일이다.

밖을 보니 장대같은 비가 쉬지않고 쏟아지고 있었다.

내 마음은 잠시 갈등에 빠졌다.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는 날 산행을 강행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나는 베낭을 챙기며 산행 준비를 했다.

한사코 말리는 집사람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우의를 입고 우산을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8시 경북궁지하철역에 도착하니 아니 몇사람 안나올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었고 서로가 놀라고 있었다.

종일 비를 맞으며 북한산을 오르는데 평소에 물한방울 없던 계곡마다
물이넘쳐 바지를 걷어올리고 건넜던 기억이 지금도 멋진 산행추억으로
남아있다.

67산우회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등산모임으로서 고려대 법학과
67연도 입학한 사람이면 누구나 가입할 자격이 있다.

67산우회가 결성된 것은 93년 가을, 산을 좋하나는 동기들이 산에서
우연히 만나는 기회가 잦아지자 차라리 정식모임을 갖고 정기적으로
등산을 하자는데 뜻이 모아졌고 94년 1월부터는 매월 둘째주 일요일
정기산행이 시작되었으며 지금짜기 2년간 한번도 거른 일이 없다.

첫 해인 94년도는 관악산을 다녔고 95년도에는 북한산을 올랐는데
관악산 북한산을 완전히 정복하고 나면 96년에는 도봉산 수락산이
기다리고 있고 점차 멀고 큰 산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2~3년 지나면 해외원정도 가능하리라 생각해본다.

회장은 토요일 일요일 빠짐없이 산을 누비는 산사나이 이광순씨가
맡고있는데 같은 산을 1년애내 다녀도 한번도 코스가 중복되지 않도록
배려를 잊지않고 있다.

현재 등록된 회원수는 23명이며 매월 참여인원은 13~14명 선인데
그중에서도 고정적으로 나오는 회원만 소개하면 회장인 이황돈 제일화재
이사, 차문길 선경부사장, 박종국 세종대교수, 홍성노 의료험조합부장,
김진홍 감사원, 정규원 증권거래소부장, 최한영 대우중공업부장, 이우윤
변호사, 백종훈 사조산업이사, 김학주 안기부, 김철수 태광산업부장,
유재돈 외환은행지점장, 변홍규 보경창고대표, 최한수 법원공무원 교육원,
정기석 롯데그룹이사, 성윤기 사업, 박장선 서울지방국세청, 그리고 필자
등이다.

산에 오르면 모든 것을 버릴수 있고 또한 모든 것을 소유할 수도 있다.

하산후에 나누는 막걸리 한사발도 땀에 젖어 피로한 육신에는 힘을,
메말랐던 정신에는 신선한 정기가 되어 삶이 더욱 윤택히지는 것만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