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기업윤리헌장을 제정하고 경영풍토쇄신추진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투명경영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것은 비자금파문으로 땅에 떨어진 기업
이미지를 극복하고 재계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다.

비자금충격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정치 경제 사회 각 부문의 깨끗하고
공정한 운용이 이뤄지도록 기업경영부터 일신해 새로운 경영풍토를 조성
하자는 것이다.

전경련은 또 1일 발표된 "기업경영풍토쇄신추진방안"에서 세계화에 부응
하는 바람직한 정경문화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국력신장과 국부증대의 원천인
시장경제체제가 국민의 신뢰와 합의속에 확고히 뿌리내릴수 있도록 기업
윤리를 확립하고 실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위해 각 경제주체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고 기업간 경쟁윤리와 공정
거래질서를 정립해 국민경제의 건실한 발전과 국가경쟁력강화에 주력할 것을
다짐했다.

여기에는 지난달 3일 경제계중진긴급회의에서의 "대국민사과선언"에서
밝혔듯이 이번 비자금사태가 기업의 비윤리성과 불공정한 경쟁에 일부 기인
하고 있음을 스스로 반성하고 새출발을 강조하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

또 앞으로 "검은 돈을 매개로한 정경유착"의 고리를 재계 스스로 단절
하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드러나 있다.

이는 정경유착을 근절하지 않고는 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상황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를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한 해외에서도 실추된 한국기업
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어려워 궁극적으로 기업의 세계화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위기의식도 한몫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같은 정경유착고리단절과 경영쇄신을 통해 투명.정도경영의
풍토를 정착시킴으로써 대국민신뢰경영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위한 구체방안으로 재계 자율적인 공정경쟁풍토조성을 위한 프로그램의
마련, 전문경영인의 역할제고에 의한 책임경영체제구축,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원확대를 통한 대.중소기업 공동발전기반확대방안등의 마련에 무게를 싣고
있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다는 의미에서 다공익사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거나 재계가 직접 사회공헌사업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안,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별도대책수립도 심도있게 검토되고 있다.

물론 전경련이 내놓은 경영쇄신방안은 그동안 재계의견을 두루 취합한
것인 만큼 구체적인 행동계획으로서는 그 효용성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기업마다 경영구조 경영여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경영혁신의 실천은 어디까지나 개별기업의 자율에 달려있다.

전경련도 이번 경영쇄신방안이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각 기업들이
스스로 자발적인 경영혁신방안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제 모양새내기에만 그치지 않는 보다 가시적이고
구체화된 "개혁"의 실체를 내보여야할 짐을 떠안게 됐다.

이같은 기류를 반영해 이미 주요그룹들을 중심으로 잇따라 경영쇄신방안을
내놓고 있다.

최근 LG그룹이 투명한 하도금거래체제 구축을 위한 부당내부거래근절방침을
내놓았고 대우그룹은 1일 김우중회장의 지분단계정리를 통한 소유경영분리와
전문경영인체제강화대책을 발표했다.

현대 삼성 선경그룹등도 잇따라 공정경쟁 전문경영인체제확립등을 골자로
하는 경영쇄신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전문경영인체제와 관련, 전경련의 위상변화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오너들이 중심이 된 전경련회장단에 업종별 대표와 전문경영인을 대거
참여시켜 일본의 경단련처럼 경제단체연합회로 성격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재계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방안은 전경련내부에서도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어 앞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