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나라안의 관심이 "비자금"과 "5.18"에 쏠려 있다.

모두가 국민들을 깜짝깜짝 놀라게하는 충격적인 일들이다.

비자금사건으로 전직대통령이 구속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졌고 기업인등
관계자들의 사법처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사건은 비자금의 사용처가 밝혀지는 범위에 따라 앞으로 전개방향도
달라지게 된다.

5.18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앞서 헌법소원을 철회하는 묘수가 등장하는가
하면 특별법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검찰에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됐고 전직대통령부터 소환이 결정됐다.

나라안이 시끌시끌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을 것같지 않다.

정국불안속에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에 들어섰고 다가오는 총선으로 정치권
의 열기는 더욱 달아오를 것이다.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예측불허의 안개정국이 지속되면서 들뜬 분위기
가 가라앉을 사이가 없다.

양대현안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또 어떤 깜짝쇼같은 놀라운 일이 생길지
짐작키 어렵다.

정치권이 시계제로의 상황으로 흘러가는 사이에 경제를 걱정하는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자칫 경기침체가 가속화돼 연착륙이 어렵게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중
되고 있다.

산업생산증가율이 떨어지고 소비도 둔화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를 훨씬 밑돌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장상인들은 삼풍백화점붕괴사고이후 여름장사와 예년보다 빨랐던 추석
경기도 시원치 않았는데 연말경기도 썰렁해지는게 아닌가 걱정하는 표정들
이다.

유통업체들은 연말경기마저 시들어버리면 올하반기의 매출부진을 만회하기
어려워 올해 경영목표의 달성이 힘들 것이란 전망으로 낙담해 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제품등 각종 상품의 판매부진현상이 가시화되면서 시름은 더욱
깊어지기만 한다.

시중자금사정은 여유가 있다는데 중소기업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이 돈을 빌리기 어려워 부도를 걱정하는 모습은
여기저기서 볼수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과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돼 각종사업이 보류되거나 취소
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외국기업들은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기업의 이미지를 끌어내리는 호기로
이용하고 있다.

돌아가는 모습이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죄지은 자를 처벌하고 역사를 바로 잡는 일이야 당연하지만 정국불안이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무역의 날 기념식의 치사를 통해 기업인이
기업경영활동에만 전념할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대로 하루
빨리 안정된 분위기를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치권은 기업인이 의욕을 갖고 기업경영에 매진할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할것이다.

기업이 뇌물성자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사회, 기업이 권력층에 밑보이거나
괘씸죄에 걸리는 것을 걱정안해도 되는 사회가 건설되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다.

기업인도 국민의 한사람으로 정부정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할수 있는
언로가 열려야 할것이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것도 정경유착의 단절을 위해서 필요하다.

이는 정치권의 몫이다.

기업인도 오로지 기업경영에 전념하려는 각오를 다짐해야 할것이라고 본다.

전경련이 지난1일 기업윤리헌장을 제정하고 기업경영풍토쇄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형식적인 것이 아닌 정도경영의 실천이 중요하다.

이것이 달라진 사회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수 있는 지름길이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요즘처럼 절실한 때도 없었던것 같다.

오늘의 아픔이 결코 헛되지 않아야 하겠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이전투구 그늘에는 물건이 안팔려 수입이 줄어드는 많은 상인들의
한숨소리도 가려져 있음을 알아야 할것 같다.

혹자는 오늘의 정치현상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정국이라고 혹평한다.

여기에서 불안이 증폭된다.

정도를 걷는 정치, 국민의 아픔을 아는 정치, 여기에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업경영이 한데 어우러질때 전화위복이 이뤄지리라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