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바빠지고 있다.

전씨의 전격구속으로 여야는 상황을 자기쪽에 유리하게 몰고가기 위한
세싸움에 몰두할 기세다.

특히 내년 4월총선까지의 빽빽한 정치일정 속에서 노씨 비자금사건과
전씨구속 등의 정치재료를 놓고 숨가쁜 주도권쟁탈전이 예고되고있다.

현정국은 지난80년 "서울의 봄"을 연상케한다.

모든 정치주역이 무대전면에 등장,백가쟁명을 연출하고 있다.

YS DJ JP 등 당시의 세 주역은 여전히 3각구도를 이루고있고 여기에
5.6공세력과 재야혁신세력등이 가세하고 있다.

"지금이 입지를 강화할수 있는 호기"라고 장담하는 것도 당시상황과
흡사하다.

이때문인지 각당은 향후 정치일정에 대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민자당은 이번 기회에 "역사를 바로잡는 당"이라는 인식을
뿌리내리고 내친김에 대폭적인 당직개편을 통해 총선의 승기를 잡는다는
방침이다.

여권은 6일 당무회의에서 새 당명(신한국당 유력)을 최종확정하면
1월중순까지 공천을 마무리, 총선체제에 돌입한다는 밑그림을 마련해
놓고 있다.

아울러 12월말 개각을 단행하고 1월말께 전당대회(또는 전국위)를
소집, 당을 획기적으로 쇄신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과정에서 예기치않은 변수가 등장할수도 있다.

바로 현재 민자당에 몸담고 있는 5.6공세력의 움직임이다.

여권은 정국타개를 위해 5.6공세력과 전면단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씨비자금이나 12.12 5.18관련인사에 관해서는 어디까지나 개인차원으로
접근, 선별처리할 방침이라는 것.

하지만 이들 5.6공세력이 현정국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집단탈당, 정치세력화할 경우 민자당은 적쟎은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여당은 공천과정에서 "도덕성"과 "당선가능성"을 사이에 두고
딜레마에 빠질수도 있다.

범민주세력과의 합당설도 이같은 배경때문이다.

총선에서의 대결구도가 국민회의와 자민련, 5.6세력과의 4파전이
될경우 민자당이 차별화할수 있는 카드는 달리 찾기어렵다는 관측이다.

이같은 관측은 내년 1월쯤 성사여부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야당은 별다른 동요없이 총선을 치러낼수 있을 것으로 보고
예정된 일정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역시 현정국의 질곡을 피해갈수 없긴 마찬가지다.

우선 4일 발표될 검찰수사결과는 향후 정국을 가늠해볼수 있는
리트머스지다.

노씨 비자금의 일부가 일부 야당정치인에게 흘러간 것으로 판명됐을
경우 야권역시 홍역을 치를수 밖에 없다.

더욱이 정치인에 대한 대규모 사정이 임박했다는 설까지 나돌아
야당도 당분간 촉각을 곤두세워야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총선까지의 4개월간은 여야간 "깜작쇼"와 "각종설", 그리고
"폭로전"이 난무하는 이전투구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