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이번 경영체제개편은 보수적인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하고 실질적인 경영쇄신을 추진해 창업 2세기를 맞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두산그룹 자신이 이번 개편의 방향을 "탈보수 도전경영"으로 부르는
점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이번 개편은 지난 29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동양맥주사장과
그룹기획실장이 교체될 때부터 이미 예고됐었다.

주력회사인 동양맥주의 경우 그동안 적자가 장기화되는등 경영부진으로
인해 회사내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일대 개혁이 아니고서는 세계시장은 고사하고 내수시장에서도 승부를
걸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니까 계열사 통폐합외에 일부 계열사를 아예 정리키로 한 것도
부실 회사 "청산"을 통한 새출발의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9개계열사를 19개로 통폐합하고 4개투자회사도 지분매각등을 통해
1개회사만 유지키로한 것은 기존의 두산그룹 경영행태로 보면 혁명에
가깝다.

그러니까 지난 52년 창립한 전통의 동양맥주 상호를 버려 OB맥주로
간판을 바꿔 달고 마케팅연구소를 신설키로 한 것도 탈보수 경영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두산이 이번 개편 발표에서 식음료부문의 비중을 현재의 52%에서
오는 2000년에는 32%까지 낮춰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신규 진출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산이 개혁 기치를 내건 이상 영업강화와 인원감축은 곧 그룹 전체로
확산될게 분명하다.

계열사 통폐합으로 두산농산등 총10개사의 현직 사장들이 물러나게된
이상 임원진과 간부사원에 대한 "감량인사" 바람이 몰아닥칠 전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 조직개편을 총지휘한 박용만기조실장은 일단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80명인 기조실인원을 40명으로 감축해 전문 경영자에 의한
계열사 자율경영이 정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1백살이 되는 두산이 새출발에 대한 그룹안팎의 공감대를
발판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바꾸느냐에 지금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심상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