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한치앞을 내다볼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가운데 소비심리와 투자
의욕이 크게 위축돼 내년 경제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걱정스러운 일은 우리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는 수출마저 최근들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몇달 뒤의 수출추이를 가늠해볼수 있는 수출 선행지표의 하나인 신용장
내도액이 지난 10월 이후 줄어들기 시작했고 11월 들어서는 감소폭이 더욱
커졌다.

지난 11월초부터 20일까지의 신용장 내도액은 34억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가량 줄었다.

수출전선에 깔린 또 한가지 어두운 그림자는 수출채산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가 33개 품목 1,000개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4일
발표한 "95년도 수출산업 실태"에 따르면 올해 우리기업의 수출채산성은
적정수준인 11.1%를 크게 밑도는 8%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수출채산성이 악화된 까닭은 원자재가격상승, 엔화강세로 인한 수입부품값
인상 등으로 수출제품값을 8.3%정도 올려야 하나 실제로는 5.3%인상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나마 올해에는 엔화강세 덕분에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나 원가압박을
부분적으로 상쇄시킬수 있었으나 내년에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수출신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강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할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원자재가격상승, 환율
절상, 임금인상, 금융비용과다 순으로 지적됐다.

이중에서도 환율및 금리의 하향안정이 가격경쟁력강화를 위해 정부가
해결해야 할 정책과제로 꼽히고 있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더이상 값싼 노동력을 기 대하기 어려우며
원자재값의 상승은 기술개발, 공장자동화, 부품산업육성 등을 통해 흡수해야
하는데 이는 기업의 몫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개발이나 공장자동화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금융시장이
효율적으로 정비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다행히 최근 시중 실세금리가 크게 떨어졌지만 중소기업들은 대출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별로 의미가 없다.

원화 환율도 4일 현재 달러당 770.7원으로 연초의 예상보다는 안정돼
있으나 엔화환율이 약세로 역전된데다 내년이후 외국인 주식투자한도가
확대되면 원화 절상압력이 재개될 수 있다.

가격경쟁력이 취약한데도 자본수지의 흑자로 원화절상이 계속되면 제조업
수출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 밖에도 사회간접자본의 정비를 통한 물류비용의 절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또한 기업들의 수출활동에 직간접적으로 부담이 되는 각종 행정규제의
철폐도 오래전부터 지적됐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사분규가 악화되거나 총선으로 인한 물가상승마저
겹칠 경우 우리경제는 위기상황에 몰리게 된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직시하고 무사안일한 인식에서 벗어나 문제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