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용도에 따라 부동산 개발의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상업용지에서는 대개 오피스빌딩 주상복합빌딩등이 지어지고 일반주거지역
에서는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근린생활시설등이 주로 건축되는데 이는
토지용도가건축물의 공간이용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건축의 목적은 공간활용을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므로 1,000%의
용적율이 적용되는 상업지에 400%의 용적율만을 활용해 3~4층의 다가구주택
을 짓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특정지역의 건물용도는 토지의 용도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서울의 최외곽인 은평구 진관외동 30~2번지 그린벨트내
고급한식집을 지은 김모씨(40)의 경우 그린벨트라는 까다로운 토지이용과
건축규제에도 불구, 지리적인 이점을 활용해 부동산개발에 성공한 경우이다.

연희동에서 한식집을 경영하던 김씨는 지난해초 25년동안 살아온 집이
낡고 노후화돼 구옥개축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그러나 재산권행사에도 어려움이 많은 그린벨트지역은 개축시 엄격하게
건평및 업종등을 제한하고 있어 웬만한 사람들은 개발을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다행히 김씨 구옥은 지역적으로 송추와 의정부에서 연신내쪽으로 빠지는
지름길에 위치해 있고 인근에는 고려중기에 세워진 유명사찰인 진관사와
북한산국립공원이 있어 광역관광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에따라 김씨는 평일에도 북한산성을 거쳐가는 유동인구가 많은 뿐
아니라주말에는 나들이인파가 많은 것에 착안, 서울도심에서처럼 음식점을
개설할 경우 고정고객을 충분히 확보할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한가지 애로점은 송추.의정부에서 연신내로 통하는 이 지름길은 1대의
차량만이 빠져 나갈수 있을 정도로 협소한데다 바로 인근에는 전차부대가
있어관광권이라도 상업적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지 의문이었다.

김씨는 지난해 7월께 260평의 대지에 건평 60평의 구옥을 헐고 음식점
(밤에는 주거용으로 활용)개발에 착수했는데 건축비는 전세로 있던 연희동
한식집을 계약해제한 비용으로 충당했다.

그린벨트에서는 기존 건물규모까지 개축이 허용되므로 11.5%의 건폐율과
23%의 용적율은 그대로 유지, 지상1층 30평, 지상2층 30평의 고급한식집
"산정"을 지었다.

건축비는 고급음식점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건물보다 많이
들어갔는데 모두 1억1,400만원(평당 190만원선)이 투자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영업에 들어간 이 한식집은 개업 3~4개월동안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으나 차츰 음식솜씨가 알려지면서 고객이
늘어나 올상반기부터는 한달 평균 2,000만원대 매출을 유지, 영업이
정상궤도에 올라섰다.

특히 인근 군부대의 장교들을 고정고객으로 확보해 영업이 안정적인
편이다.

또 서울에서 북한산성으로 통하는 지름길이 확장공사중이어서 상호가
널리 알려진데다 주위에 음식점이 없어 야외놀이 나온 서울고객들이 늘어나
김씨는 수익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개발을 끝낸 김씨는 "그린벨트내 구옥을 활용해 사업장(음식점)을 가질수
있었던데다 사업이 번창해 부동산개발로 여러모로 이득을 보고 있다"고
만족해 했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