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가 전면적인 "팀제"를 도입함으로써 지난해부터 팀제를
구축한 포항제철에 이어 내년 1월부터 현대자동차가 팀제를 본격
가동하는 등 국내 기업들에 이른바 "팀제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팀제를 부분 시행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년부터 이제도를
더욱 확대 심화시킬 계획이고 기아 대우자동차등도 조직 슬림화 검토자겁에
들어가 있어 한국의 트리오 산업인 자동차 전자 철강 업종에서 전통적인
부.과장 조직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팀제란 의사결정단계를 축소함으로써 사장 또는 본부장밑에 바로
팀장.팀원의 체제를 구축하는 것.의사결정단계가 축소돼 신속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때문에 조직 슬림화의 핵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부.과장체제는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팀제의 전면적인 도입은 중간관리자인 부.과장 불요론"에서부터
나온다.

팀제의 핵심은 팀장에게 의사결정의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것.

다시 말하면 팀장이 아니면 실제 권한을 갖지 못한다는 의미다.

팀장은 과장에서 전무까지 전 직급을 망라할 수 있다.

직급이 부장이라도 팀장이 못되는 간부가 있는가 하면 차장이라
하더라도 팀장으로 발탁될 수 있다.

심지어는 차장급 팀장밑에 부장급 팀원이 배치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팀제로 대표되는 조직의 간소화 흐름을 주도한 것은 다름아닌 컴퓨터와
전산화.

포항제철의 포항공장에서는 지난 89년부터 생산 물류 판매에 이르는
전과정을 컴퓨터로 제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얻어진 교훈은 "공장에서는 제품을 만드는 기술 및
생산그룹과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만 있으면 된다는 것"(포항제철
최종태 이사보)이다.

부장 과장 계장등의 종적인 직위는 의미도 없고 불필요해진 셈이다.

이것은 국내 대표적인 기업들이 팀제를 도입할 수 있게 된 자신감의
근거이기도 하다.

결국 전통적인 중간관리자는 변화를 강요당하고 있다.

부.과장급 중간 관리자들의 지금까지의 역할은 부하직원을 관리하고
말단 정보를 수집해 위에 보고하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팀제가 도입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없으면 도태된다.

팀 단위로 업무실적이 드러나고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부과장들이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이제 겨우 연공서열의 과실을 향유할 수 있는
시점에 이르렀는데 느닷없이 회사측에서 급변신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중심부대로 한국식 경영을 유지해온 대표주자였던
부과장들이 어느날 갑자기 기획력을 갖추라느니 창의력을 지니라느니 하는
변신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호칭에서도 드러난다.

부장이 팀장일 경우 호칭은 부장이나 팀장이 혼용된다.

그러나 차장이 팀장일 경우 사내에서는 차장이라는 호칭대신 팀장이라는
우선된다.

"실제 부장이나 차장이라는 호칭은 전통적인 한국기업의 관습때문에
사용되는 것이지 실제 조직 편제상에선 필요없게 된지 오래"(삼성전자
업무이사)라는 지적이다.

전통적으로 부.과장 중심체제를 유지해 온 국내 기업들이 최근 이같은
팀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중간관리자들의 "정체성
(아이덴티티) 상실"을 우려하기도 한다.

부.과장들이 회사의 발전과 더불어 개인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비전"을 상실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의 내용이 바뀌면 어느 순간 갑자기 부.과장 자리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

포항제철은 9본부 31부를 29부로 통폐합해 내년 1월부터 전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기존 1백70부 6백50과를 4백여팀으로 전면 재편중이다.

부과장급 관리직 불요론은 더이상 국내 관리자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닌 셈이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