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8일 1,000억달러를 돌파한 올해 수출은 1,260억달러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출 1,000억달러 돌파는 대단한 기록이다.

세계 200여 국가들이 모두 수출증대에 노력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우리의
수출규모가 12위에 이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기록에 만족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

내년의 수출이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개를 하나 넘으면 또다른 가파른 고개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한 고개를 넘는 것이 발전이다.

올해 30%선을 넘는 수출 증가율이 내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한다.

엔화의 약세반전에 따른 파급효과와 가격경쟁력약화, 채산성악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비록 수출증가율이 둔화된다 해도 내년 수출규모는 1,500억달러 수준에
이른다.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수출 규모가 작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수출을 많이 하면 무조건 좋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출의 중요성을 가볍게 평가해서가 아니다.

수출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수출을 통한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려면 상대적으로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한 양적 수출구조에서 고부가가치의 수출상품을 개발하는 질적
구조로 변화되어야 한다.

내년의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규모는 3,000억달러 수준이다.

이러한 규모의 무역이 국내외 환경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

환경변화를 주어진 여건으로 받아들이고 변화되는 환경을 뚫고 나가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규모에 비해 취약한 수출구조를 어떻게 강화시킬수 있는가.

우리의 수출은 개도국 시장에서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도 전에 선진국
시장에서 밀리고 있다.

또한 중화학공업 제품의 수출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았는 데도 기존 주력
상품이던 경공업 제품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우리를 뒤따르는
후발개도국의 급격한 추격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수출상품의 경쟁력기반이 달라져야 한다는걸 의미한다.

수출증가가 금리-환율-임금은 물론 수출대상국의 경기 등에 너무 의존한다
면 수출증진을 통한 경제의 안정과 성장은 위협받을수 밖에 없을 것이다.

비자금 파문으로 수출 1,000억달러 달성의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를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잃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으나 다시 한번 "수출입국"의
의지를 새롭게 해야 한다.

수출액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제는 수출채산성을 따져야 할 때다.

수입의 경우도 과거와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저가의 외국제품이 밀려오고 있다.

수출은 커녕 국내 시장이 외국상품에 잠식당하고 있다.

가격경쟁력 못지 않게 품질경쟁력을 앞세우지 않으면 수출증가도 어렵고,
국내시장도 잠식당하게 돼있다.

수출 1,000억달러를 노래하면서 우리가 넘어야할 가파른 고개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수출주역 기업을 뛰게 하고 그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어떻게 조성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