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언어)이란 "사람의 사상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음성적 부호"이므로
만민이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제국가에선 전제자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또는 전제 후제자가
스스로의 권위를 확립하는 수단으로 일정한 말이나 글을 독점하고
일반국민은 쓰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짐이란 말은 고대중국에 있어선 일반적으로 "나"라는 뜻으로 사용됐던
말에 불과하다.

그러나 진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한 뒤 천자에 한해서만 사용할수있게
해서 지금도 짐이란 말은 천자를 자칭하는 뜻이 되고 말았다.

또 글의 경우, 조씨의 원래 성은 조비가 한나라 황제현제를 폐하고
문제로 자립함에 따라 조씨가 되었다고 한다.

이 처럼 전제시대엔 전제자가 말이나 글을 독점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선 그같은 일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민주국가는 만민평등을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으므로 말이나 글을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대의 지구상에서 특정인의 "전용어휘"가 존재하는 정권이
있다.

그게 바로 북한이다.

최근에 귀순한 북한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주민은 누구에게 편지를
쓸때 "친애하는" "몸소" "자애로운" 등의 말을 쓰면 비판을 받으며
자칫하면 처벌까지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어휘는 김일성-김정일을 찬양할때만 쓰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김부자 전용 어휘는 이밖에도 "위대한" "예리한 통찰력" "부드러운 음성"
"만면에 환한 미소" "그리운 영상" "다사로운" 등이 있다 한다.

김일성 김정이란 이름을 다른 사람이 쓸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북한 정치의 실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수 있다.

시대착오도 이만 저만이 아닌셈이다.

그런 북한정권이 기아선상에 있는 북한주민은 아랑곳 하지 않은채 전쟁
준비에 여념이 없다니 한심스런 일이다.

북한은 휴전선 일대에 각종 전투기와 폭격기 그리고 장사정포등 공격용
무기를 추가 전진배치하고 무장간첩을 남파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를 파괴
혼란시킬 목적으로 제8특수군단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내부의 정치 사회문제가 중요한것도 사실이지만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처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정부는 우리 내부문제를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한편 북한의 도발을 억제
하는데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