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의 당산철교 상판을 전면 교체, 사실상 다리를 다시
놓기로 했다는 서울시의 발표가 있고 나서 매일 당산철교를 이용하는
10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겪는 불안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장이라도 당산철교를 끊어버리는 것이 훨씬 마음 편하겠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을 정도다.

건설된지 12년 밖에 안된 다리가 더 이상 쓸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니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에서 겪은 대형 참사를 생각할때, 불편이 따르고
재시공 비용이 아깝더라도 헐고 다시 짓는다는데 반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서울시가 당산철교 재시공 문제를 두고 여론의 눈치만 살필
것이 아니라 보다 분명한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몇가지 원칙에 입각해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첫째 당산철교가 안전등급 8단계중 7등급에 해당하는 "위급한 상태"로
판정난 이상 지하철 운행중단및 철거-재시공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서울시는 지하철운행 중단시기를 빠르면 내년 상반기중,늦으면 1년
후로 잡고 있으나 이는 너무 느긋한 발상이다.

"서행통과"도 위험하다는 판정이 내려진 마당에 꾸물댈 이유가 없다.

시민의 "불편"을 걱정하는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시민의
"위험"을 외면하고 꾸물대다 감당치 못할 화를 자초하는 날이면
어찌할건가.

시민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공사비가 많이 들고
기술적인 문제가 다소 있더라도 복구기간을 줄일수 있는 선진 공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들째 지금순간부터 서둘러 운행중단에 대비한 시민들의 수송및
교통대책을 치밀하게 수립해야 한다.

재시공 기간이 2년정도 걸린다니 서부지역 한강다리 3개와 맞먹는
기능을 하고 있는 당산철교가 두절됨으로써 빚어질 교통대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뾰족한 수가 없다고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당산철교 대신 한강을 연결 통행시킬 비상대책은 없는지,인근 지역의
교통난을 최소화할 수단은 없는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셋째 철저한 책임규명이 있어야 한다.

보통 50년이상 쓸수 있다는 철교가 내구연한의 4분의1도 안돼 못쓰게
됐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말이 안된다.

결국 재시공비용 600억원을 모두 시민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마땅히 부실의 근본 원인과 배상책임 보수책임의 한계등
모든 문제를 정리하고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감독과 관리 관청에는 잘못이 없었는지도 이 기회에 가려내야
한다.

오명 건설교통부장관은 9일 이홍구총리 주재의 안전관리 장관회의에서
당산철교외의 다른 지하철 철교도 내년 3월말까지 안전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보고했다.

앞서 실시된 점검에서도 거의 모든 지하철 철교에 많은 결함과 안전상의
문제가 지적되었음을 감안할 때 이번 점검은 여론 무마용의 형식적
진단에 그쳐서는 안된다.

국내외 기술을 총동원한 철저한 점검과 그 결과에 따른 치밀한 대책
수립만이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또다른 대형참사를 막는 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