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내년 초부터 발행.유통될 미화 1백달러짜리 새 지폐로 인해
야기될 수도 있는 큰 고민거리의 하나를 덜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러시아측은 새 지폐유통을 앞두고 8일 워싱턴에서 미국 통화당국과 회담을
가졌으며 이번 회담을 통해 미재무부로부터 종전 지폐를 새 돈으로
급작스럽게 바꿀 의사는 없다는 답변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내년초 선보이게 될 새 1백달러짜리 지폐는 미국이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특수하게 고안한 것으로 미정부는 지난 9월 이의 견본을 공개했었다.

새 돈은 벤저민 프랭클린의 초상화를 중앙부분에 인쇄하고 그 주위및 전체
바탕에 특수잉크로 무늬를 넣은 것.

바로 이런 부분들이 위폐방지를 위한 특수기술로 이들은 현재의 최첨단
사진복사기로도 복사가 불가능한 하다고 미재무부는 밝히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새 지폐 발행계획은 국내에서보다도 러시아나 동유럽
국가들로부터 더욱 환영받았다.

그러나 러시아는 독특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러시아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미달러화의 양이 엄청나다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서도 달러화가 유통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러시아에 비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다.

달러화가 비록 통용이 용인된 공식화폐는 아니었지만 러시아내에서 쓰이고
있는 달러화의 양은 1백50억~2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빅토르 메르니코프 러시아 중앙은행부총재는 이 가운데 1백달러짜리 지폐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미국이 현재 유통되고 있는 기존 지폐를 새 돈으로 빠른 시일안
에 교체하려 하게 되면 러시아경제는 상당한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때문에 러시아 통화당국자들은 미국으로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을 받아내는게 시급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소속의 경제전문가인 테드 앨리슨은 8일
미.러시아간 워싱턴회담이 끝난 뒤 "미국은 기존의 1백달러짜리 지폐를
교환하라고 요구하거나 교환시한을 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혀 러시아를 안심시켰다.

"수퍼노트"라 불리는 최근에 눈에 띄기 시작한 아주 정교한 위폐를 방지
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새로 발행되는 1백달러짜리 미국 지폐.

러시아는 이제 새 지폐로 인한 경제혼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지폐를 교환해 주면서 위폐를
가려내야 하는 부담은 남아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