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하한가, 수출 상한가"

올해 자동차경기는 내수부진 수출호황으로 "희비의 쌍곡선"을 그렸다.

내수판매는 1백51만6천대로 지난 80년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백만대를 넘어서 1백7만2천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내년도 자동차산업의 경기는 어떨까.

자동차공업협회는 내수판매는 올해의 부진에서 벗어나 다소 늘어나겠지만
"엔저"영향 등으로 수출신장세가 둔화돼 전체적으로는 올해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 기아 대우등 완성차 6개 업체들도 내년 내수판매가 올해보다는 신장
되겠지만 과거처럼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기는 어렵다는데 공감한다.

"소득수준에 비해 자동차 보유대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아직은 내수시장이
성숙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오규창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는
분석도 있으나 두자리수 신장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업계는 지적한다.

실제로 홍두표현대자동차전무는 "대체수요가 전체수요의 60%에 달하고
있어 정부의 자동차수요 억제정책이 바뀌지 않는한 내년 내수판매 신장율은
5%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내년 내수판매는 잘해야 1백60만대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산업연구원도 내년 내수판매는 1백63만대로 4.5% 신장에 머물 것으로 예측
했다.

물론 자동차업체들의 판매목표는 이보다 훨씬 많다.

완성차 6사가 계획하고있는 내년 내수판매목표량은 모두 1백79만대.

올해보다 무려 18.1%나 많은 규모다.

현대정공과 쌍용이 내수판매를 50%이상 늘릴 계획이고 기아 대우 아시아
등도 20%이상의 판매신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목표는 시장상황의 호전보다는 생산량 확대나 신차개발에
따라 반드시 팔아야겠다는 업체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가 78만2천대로 6.9% 신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는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내년에도 올해 못지 않게 완성차업체간 판촉전이 치열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수출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지난9월 "1달러=1백엔"선으로 급락한 엔화가내년에도 약세를 지속할 전망
인데다 원고현상까지 겹쳐 수출경쟁력 약화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엔화약세는 보통 6개월의 시차를 두고 한국차 수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내년초부터 당장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김소림 자동차공업협회 수출담당
차장).

게다가 "올해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서유럽시장의 경우 덤핑시비등의
문제로 수출확대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우려되고 신규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브라질등 남미시장도 수입제한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아경제연구소).

완성차업체들이 잡고 있는 내년 수출목표는 1백39만4천대.

올해 대비 무려 30%나 늘린다는 방침이나 목표 신장율면에서는 올해(55%)
보다 낮다.

그러나 그나마도 각사의 희망사항일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연구
기관들은 지적한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물량이 워낙 많아 선진국들의 견제가 예상되는데다
업체들도 이를 의식해 수출량 조절 나서 내년 수출은 1백18만대에 머물
것으로 분석했다.

기아경제연구소는 이보다도 더 적은 1백14만대로 한자리수 증가(8.7%)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공업협회는 내년 수출대수를 올해대비 12% 늘어난 1백20만2천대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내수시장의 둔화로 인해 업체들이 앞으로 생산량의 절반이상을
해외에 수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데 있다.

현대가 내년에 내수판매를대폭 하향조정 하는 대신 수출물량을 23%나
높이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는 현재 "6대4"의 비율인 내수와 수출비중을 앞으로는 "5대5"로 맞추기
위해 수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점에서 내년은 당장의 호.불황을 떠나 자동차업체들의 "수출지향"전략
이 뿌리를 내릴수 있을지와 내수시장이 정말 한계에 부딪쳐 "선진국형
저성장시대"로 들어섰는지를 판가름할 수있는 해가 될 것 같다.

< 이성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