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용진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히트상품을 만들어내는 첫걸음은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히트상품으로 이어질만큼 고객의 욕구를 성공적으로 알아낸다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소리를 늘 듣는다.

소비자욕구 조사란 기술적이나 자원동원의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어려운
구석이 있기에 이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업 자체의 책임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어렵게 필요한 기술과 자원을 마련하고도 기업 스스로의 문제점으로
인해 고객욕구의 파악이 더 힘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히트상품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업 스스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첫번째 문제점은 기업이 시장조사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데서 발생한다.

많은 기업들이 신상품을 개발할 때 소비자욕구에 대한 기초정보를
대다수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취향에서만 얻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시장조사에서 나오는 정보는 "죽은" 정보가 되기
십상이다.

"다수의견"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신상품 개발에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

기업은 대다수가 생각하지 못하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간과해버린
"소수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령 현재 99명의 소비자가 중후한 세단형 승용차를 원하고 나머지
1명은 이를 싫어한다고 가정해보자.

99명의 의견을 얻기 위한 시장조사만큼 나머지 1명이 무엇을 왜 원하는지
심도있게 조사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바로 그 소수의견이 미래의 대다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소비자 욕구에 대한 판단이 기업내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기 보다는 특정인에 의해 독단적으로 판단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마케팅부서에서 직원들이 체계적인 시장조사를
통하여 고객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신상품 아이디어를 내놓았다고 하자.

그러나 이러한 아이디어도 경력이 오래된 부서장에 의해 "내 경험에
의하면 소비자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으니 아이디어를 수정하거나 없던
것으로 하자"며 묵살당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소비자의 욕구는 어느날 갑자기 노다지를 캐듯이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기업은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통해
체계적으로 환경변화에 대한 감지능력과 대응능력을 쌓아야 한다.

인치가 성행하면 당연히 그러한 경험의 축적은 불가능해지고 고객욕구의
파악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시장조사에 대한 이해결여나 인치의 문제외에도 히트상품의 개발을 막는
요인들은 기업의 내부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