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신 <대유증권 경제연구실장>

톨스토이의 우화 가운데 다음날 당장 죽을 운명에 처해있음을 알지 못하는
어느 돈많은 부자가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집에서 거만을 떠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그 부자가 자기의 불행을 미리 알았더라면 결코 그런 몹쓸 행동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 중에서 그 누가 미래에 발생할
일에 대해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를 반문해 본다면 해답은 명료하다.

최근 여러가지 돌발악재로 인해 주가가 맥을 못추자 대표적인 챠트이론인
엘리오트파등이론을 앞세운 극단적인 주가 비관론이 제시되기도 했다.

굳이 지나간 역사를 돌이켜 보지 않더라도 시절이 어수선할 때에는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많이 출현했음을 알수 있다.

엘리오트가 1927년에 직장을 은퇴하고 나서 1934년 나름대로의 주가이론을
내세우기까지의 기간중에 1929년 대공황이라는 큰 사건이 있었던 결코
예외는 아닌듯 싶다.

1929년9월 미국의 다우존스지수가 380포인트의 최고치를 기옭한 후 10월의
블랙먼데이를 거치며 하락세로 빠져들어 1932년에 40포인트까지 떨어졌으니
당시 투자자들의 허탈감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에 의지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기존의 다우이론을 부정하고 자연의 법칙을 강조한 엘리오트이론에 쉽게
솔깃해진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2년의 종합주가 450선을 바닥으로 상승세로 돌아서자
1985년 이후의 주가흐람을 엘리오트이론에 접합시키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고, 실제로 차트모양이 비슷하게 맞아들어가자 과거나 현재보다는 미래
를 먹고 살아가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차트분석을 "그럴수도 있다"는 "가능성"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고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맹신"한다면, 설혹 몇번 적증했다 할지라도
한번의 잘못에 모든 것을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즉, 단기적인 매매타이밍을 판단할 때 챠트검토를 빼놓을 수 없지만,
대세의 향방을 가늠하면서 경기사이클과 같은 제반 거시경제변수를 접어두고
차트에만 몰두하는 것은 몹시 위험한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껏해야 챠트,그래도 챠트"라는 부자격언을 반드시 음미해
볼 필요가 있는데, 이는 한가지 분석방법에만 매달리는 것에 대한 경고와
함께 냉정한 장세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