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기시즌이 끝난뒤 조용하기만 하던 잠실벌은 12일 화합의 함성이
울려퍼지는 대축제무드를 연출했다.

올림픽공원내에 조성된 소나무숲의 향기가 초겨울의 매운 바람에 실려
은은히 풍기는 가운데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노사한마당은 올한해 노사화합
의 피날레를 장식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본행사 시작전인 이날 오후2시20분께 70여명으로 구성된 대원여고
고적대가 행사장주위를 한바퀴돌며 축제무드를 한껏 조성.

고적대는 또 "희망의 나라로" "선구자" 등을 연주하며 현란하면서도
절도있는 연출을 보여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기도.

고적대의 김정숙양(2학년)은 "뜻깊은 행사에 고적대원으로 참여할수있는
기회를 얻어 상당히 큰 보람"이라고 소감을 피력.

<>.행사장 입구에는 올 한해를 결산하는 노사화합사진전이 열려 참가자들
의 눈길을 끌었다.

금년들어 전국 각지에서 열린 2천8백여개업체의 노사화합행사를 화보로
꾸민 사진전은 늘씬한 미녀들의 안내로 성황을 이뤘다.

경기도 성남시소재 한주통상에 근무하고있는 김유자씨(49)는 "초청장을
직접 받지는 않았지만 이번 행사를 보고싶어 회사측을 졸라 나왔다"면서
"최근 비자금파문과 정치권의 혼란등 여러모로 심란한 시점에 이처럼
좋은 행사가 마련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사무국측은 당초 예상보다 참가신청요청이 쇄도해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

3천5백석의 역도경기장 수용규모를 감안, 초청장을 3천5백장만 보냈으나
신청인이 5천여명에 육박, 참가신청을 완곡하게 거절하느라 곤욕을 치렀다는
것.

사무국의 한관계자는 "요즘 날씨가 추운데다 시국이 어수선해 사람들이
적게 모일까봐 상당히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노사화합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아니겠느냐"고 촌평.

<>.이날 행사는 매머드급 규모답게 행사진행요원도 3백여명에 육박.

노.경총측 실무요원과 함께 이날 행사를 주관한 이벤트전문업체 "뽀빠이
훼밀리"에서 대거 동원됐으며 "패션"등 이벤트 전문업체에서도 1백여명의
도우미를 동원, 행사진행의 보조역할을 맡았다.

또 KBS MBC YTN등 주요방송사들과 중앙일간지및 노동관련전문지등 50여명
의 기자들의 취재경쟁도 치열했으며 특히 KBS측은 이날 행사를 2시간에
걸쳐 생중계.

<>.전국규모의 노사화합행사 답게 역도체육관은 3시로 예정된 본행사 시작
1시간전부터 각지에서 올라온 노사대표들이 속속 입장.

수십대의 버스를 타고 일제히 상경한 노사대표들은 산업현장 화합분위기
조성에 앞장선 주역들로 서로 반가운 악수와 인사를 나누며 "내년에는 더욱
열심히 하자"는 덕담을 나누기도.

<>.역도체육관내에는 "인간중심 경영으로 국제경쟁 이겨내자" "고용안정
복지확충 근로의욕제고하자" "노사가 협력하여 세계화주도하자"는 등
십여종의 플래카드가 골고루 걸려 올해 노사화합의 빛나는 성과를 반증
하기도.

또 자율, 화합 협력 참여를 나타내는 대형 현수막이 체육관의 사면을
뒤덮어 산업평화를 갈구하는 노사대표들의 열띤 분위기를 연출.

<>.인천에서 행사참석을 위해 노조간부들을 이끌고 올라온 배재복(31)
바로크가구 노조위원장은 "이행사를 통해서 노와 사가 서로 손을 잡고
하나가 되는 계기를 마련, 화합과 협력을 통한 생산적 노사관계가 정착될
것"이라고 전망.

올해 노사화합의 두드러진 노력을 기울여 수상대열에 낀 미주제강의
장영일노조위원장도 "올해 노사가 공동노력해 새로운 노사화합의 전기를
마련한 만큼 내년부터 화합과 신뢰의 노사관계가 순조롭게 전개될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3부행사로 진행된 "세계로.미래로"행사에 출연한 김덕수 사물놀이패는
농악과 사물놀이 공연으로 2부행사가 끝나고 잠시 조용하던 장내를 일시에
달구었다.

특히 장내 조명등이 꺼지면서 흥겨운 가락과 장단이 대조를 이뤄 참석자들
의 박수장단과 흥을 북돋우기도.

또 인기가수 인순이는 자신의 무용단을 이끌고 특유의 율동과 노래로
장내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송수일 노총위원장과 이동찬 경총회장은 이날 3부행사에서 단상으로
올라와 즉석인터뷰를 갖고 노사화합의지를 재차 다짐.

이어 비누거품이 무대위를 장식하는 가운데 두 사람이 ''가는세월''을 열창,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두사람은 이날 중창을 위해 몇차례 연습을 같이 했다는 후문.

<>.흥겨운 놀이판이 본격적으로 펼쳐지자 노사대표들은 자리를 뜨지
않은채 케미라이트를 흔들며 가수들의 노래에 박자를 맞춰 열심히 따라
불렀다.

특히 가수 신형원은 ''개똥벌레''를 부른 뒤 "노사협력이 잘 되어야 우리
모두가 잘 살수 있다"며 "앞으로 모든 일이 잘 풀려 선진한국사회가
건설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 이선희가 ''아름다운 강산''을 열창할때는 노사대표들이 더 큰소리로
불러 가수의 목소리가 묻힐 정도.

<>.그동안 직장생활에 묻혀있던 노사대표들은 가수들의 열창과 하려한
조명, 오색테이프 등이 일시에 무대를 장식하자 일제히 환호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했다는 듯 즐거운 표정이 얼굴에 가득.

< 윤기설 김희영 권영설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