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가 "일본식" 종신고용제도의 전성기였다면 90년대는 "미국식"
능력주의가 다시 풍미한 시대였다.

일본 경제발전의 일등공신으로 전세계의 부러움을 받던 종신고용,
연공서열제도는 일본에 경기침체가 시작된 90년대이후 오히려 골칫덩이가
돼 버렸다.

이렇게 되자 지난 2-3년간 기존 고용관행에서 벗어나 미국식 실력주의를
도입하는 일본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고용구조에는 별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 취업전문잡지 리쿠르트가 종신고용, 연공서열형 임금제도에 대해 종업원
1백인이상의 일본 기업중 663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사제도가 2년전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종신고용을 전제"로 한 인사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은 88.1%로 지난
93년 조사때보다 1.1%포인트 줄었을 뿐이다.

"승진시킬때 나이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한다"고 답한 기업은 33.8%로
2년전보다 오히려 4.9%포인트 늘었다.

앞으로 종신고용제를 인사의 기본방침으로 유지하겠다는 기업은 57.6%로
지난번 조사때보다 다소(13.9%포인트) 줄긴했다.

"실력주의"에 근거해 인사평가를 하겠다는 기업도 84.5%나 됐다.

이처럼 "의욕"은 있지만 막상 인사제도를 바꾸지 못하는 원인은 어딨을까.

리쿠르트는 "직원들의 반발"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직원들이 실력주의를 그다지 환영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기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인사평가가 전면
실력주의로 바뀔 경우 "자신에게 별로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21.4%),
"악화된다"(32%)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절반을 훨씬 넘었다.

반면 "별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46%였다.

[도쿄=이봉구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