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경=최필규특파원 ]북경 A상사의 J과장은 요즘 고민에 빠졌다.

본사로부터 받은 조사지시 하나로 인해 거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중국에서 생활한지 2년.

처음에는 적응이 어려웠지만 이젠 나름대로 중국식 생활에 어느정도
익숙해졌다고 느끼면서도 한국 본사의 요청들은 해결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J과장이 받은 지시는 최근 남북한의 안사긴장고조와 관련된 것이다.

민감한 문제에 속한다.

중국현지의 시각과 앞으로 중국-북한과의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까지 보고
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도 이틀뿐이다.

중국에 살다보면 공개된 정보보다는 공개되지않은 정보가 더 많다.

사회주의방식(비공개 원칙)이 철저히 남아있는 것으로 따지자면 "정보"
분야를 앞서는 부문은 많지 않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 정보가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은 "정보는 있다. 그러나 그냥 줍지는 못한다"고 애매한 소리를
한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은 확인불가가 일반적이다.

실제 핵심내용을 아는 사람도 극소수다.

"숲속에 있으면 숲전체가 잘 안보인다"는 식으로 중국내보다 홍콩이나
일본쪽에서 중국의 은밀한 정책이 더빨리 알려지기도 한다.

인맥이나 금전등을 통해 얻은 장기간 누적된 "노하우"로 판단된다.

90년대들어 중국정부는 이런식의 기밀 외부유포에 대해 최고 사형까지
처할수 있다는 법규들을 양산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분야의 입장표명은 어느 누구의 말을 들어도 답이 거의 비슷
하다.

마음만 급해져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덥석 물면 며칠 지나지 않아 사실
무근임이 밝혀진다.

그결과는 무서운 판단착오를 낳는다.

J과장의 고민은 중국에 있는 한국기업들이 고통으로 겪는 문제다.

정보도 중요한 인프라다.

눈앞의 떡보다도 장기적으로 가치있는 정보를 챙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본사의 무모한 확인요청에 대해 J과장의 보고가 순발력만 있는 정보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