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맞아 이제는 주거환경 개선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점차 높아 가고 있다.

올해초 서울에서 열린 "한국주택정책의 발전방향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유엔인간정주위원회(UNCHS) 사업총괄본부장 힐데 브란트씨는
우리나라의 주택에 대해 "대부분의 집이 먹고 잠자는 공간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또 지난 7월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개최된 "21세기 주거생활의 질"을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자들은 보다 나은 인간적인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해 한국도 이제는 <>주택의 품질개선및 <>쾌적한 주거환경
창출에 정부와 민간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굳이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르지 않더라도 그간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은
질은 도외시한채 공급물량 확대에만 치중,외관및 내부구조가 하나같이
엇비슷한 "개미집"을 양산해 온게 사실이다.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위해 최소한의 원가만을 인정하는 공급가격에
주택보급을 확대하다보니 품질은 자연히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그동안 <>표준건축비의 원가연동제 <>사양선택제(옵션제) 범위
제한 <>소형아파트 의무건립비율 <>공영택지개발 제도 등을 통해 주택의
가격및 공급기능을 규제해 왔다.

최근 미분양아파트는 급증하는 반면 고품질 주택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자 이제는 정부도 이같은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탈피, 공급량 및 가격을
시장기능에 맡겨 국민소득 수준에 걸맞는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는 정부의 가격규제정책이 주택의 품질저하는 물론 주택시장을
왜곡시켜온 주범으로 꼽고 있다.

업계와 주택전문가들은 주택의 품질개선을 위해 분양가의 전면 자율화를
요구하고 있다.

분양가가 자율화될 경우 품질및 가격경쟁력이 있는 주택을 공급할
수밖에 없다는게 업계의 논리다.

그러나 분양가 전면 자율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만큼 우선 <>표준건축비의
현실화 <>사양선택제의 자율화 <>평형별 의무건립비율 폐지 <>민간의
택지개발등을 통해 주택의 품질개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 표준건축비 현실화 >>>

업계는 주택품질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중 특히 표준건축비 현실화에
커다란 비중을 두고 있다.

당분간 분양가의 전면 자율화가 어려운데다 지난달 발표된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포함된 일부 지역의 단계적 분양가 자율화 방침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지난 77년 상한가 규제에 이어 89년이후에는 원가연동제형태로
지속되고 있는 건축비에 대한 정부규제를 완화, 말그대로 건축비원가를
반영하는 연동제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결정하는 아파트 표준건축비는 지난 89년이후 매년 물가인상률에도
크게 못미치는 4~5% 인상에 그쳐왔다.

그러다보니 업체가 투입하는 실제 건축비와 표준건축비 사이에 커다란
격차가 벌어졌고 결국 부실자재및 비숙련공 투입으로 이어져 품질저하는
물론 부실시공의 원인이 돼왔다.

표준건축비의 현실화는 정부 관련부처에 의해서도 조심스레 검토되고
있다.

최근 건설교통부는 산하기관을 통해 실제건축비를 실사한 결과 내년에도
표준건축비의 두자리수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사양선택제의 자율화 >>>

건축비 규제로 인한 업계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허용되고 있는
사양선택제의 선택폭을 자율화 하는것 또한 주택품질 개선에 기여할 수있는
방안이다.

정부는 올 들어 그동안 분양가의 9%내 범위로 억제하고 있던 선택사양제
범위를 15%까지 확대하고 대상주택도 소형으로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사양선택 범위확대가 소형아파트의 경우
커다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고급 선택사양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
정부의 제한에 묶여 공급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사양선택에까지 굳이 규제를 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 소형아파트 의무건립비율 폐지 >>>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위해 마련된 평형별 건립비율에 대한 규제가
이제는 폐지돼도 커다란 문제가 없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스스로가 시장수요를 분석, 평형별 공급물량을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뿐더러 수요자들도 이제는 일생에 단한번 분양받는 만큼 전용면적
25.7평이상을 원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소형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감소되고 있는 만큼 공공부문에서
공급을 맡아도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 민간의 택지개발허용 >>>

10만~20만평 단위의 소규모 택지의 경우 민간에 개발을 맡겨 보다
개성있는 주거단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좁은 공간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명분아래 추진돼온 공공부문의 택지개발이
공급확대에는 기여했으나 주거단지의 다양화에는 오히려 장애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주택을 지을 민간업체가 택지개발을 할 경우 스스로 단지설계를 하고
그에 맞춰 부지를 조성하게 됨으로써 보다 창의적이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창출할 수있다는 것이다.

< 김상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