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길들여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 입맛의 속성 때문일까.

라면시장에는 다른데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흐름이 있다.

수십 수백개 제품이 난립해도 그중 한 제품이 독보적 위치를 차지해
왔다는 점이다.

85년 이전까지는 삼양식품의 "삼양라면"이 압도적 판매량을 기록했고
지금은 농심 "신라면"이 바톤을 넘겨받아 그 자리를 지키고있다.

농심 신라면의 시장점유율은 올1-9얼 매출액기준으로 자그마치
30%(농심의 시장점유율은 60%정도).

이 한제품의 셰어가 라면업계 랭킹 2위인 삼양식품의 시장셰어(16%)
보다도 훨씬 크다.

오뚜기식품(10%) 한국야쿠르트(9%) 빙그레(5%) 등은 비교도 되지않는다.

신라면의 위치가 워낙 확고하다보니 경쟁업체로서는 백약이 무효다.

비슷한 제품으로 대응하는 "미투(Me Too)"전략을 써보기도 하고
"차별화"전략도 구사해 봤지만 신라면의 점유율을 끌어내리지 못했다.

"미투"전략의 일환으로 내놓은 "이백냥"(삼양식품) "맵시면"
(한국야쿠르트) "진라면 매운맛"(오뚜기식품) 등의 경우 매운맛 라면의
시장을 넓히는데는 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수요증가분을 제대로 흡수하지못해 오히려 "신라면"의 입지만
강화시켜 주었다는 것.

면을 플라스틱그릇으로 포장해 끓는 물만 부으면 즉석에서 먹을 수있도록
한 "빅3"(한국야쿠르트) 등 용기면과 맛 자체를 크게 바꾼 "진국설렁탕면"
등 기능면을 앞세운 차별화전략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빅3의 경우 용기면분야에서 농심을 앞지르긴 했으나 시장이 전체시장
(7천여억원)의 5%에 불과한 2백여억원에 그쳐 대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했다"는게 이들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농심의 경쟁업체들이 신라면을 대체할만한 신제품 개발에 전력을
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와 같은 외적변수의
출현을 학수고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농심도 편안한 것만은 아니다.

수십종의 라면을 생산하면서도 그중 한제품에 전체매출의 절반을
의존하고있는 상황이어서 신라면의 인기가 사그러들면 곧바로 회사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있기 때문.

"우지파동" 등에 따른 삼양라면의 인기급락으로 삼양식품이 휘청거렸던
전례까지 있다.

신라면의 독주는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라면업체간 판매경쟁이나 셰어변화에 앞서 그게 더 관심이다.

<현승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