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의 주식취득에 대한 지금까지의 규제가 오는 97년부터 풀림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같은 환경변화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으면 기업경영이 흔들리거나
경영권을 빼앗기는 비상사태를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증권당국은 경영권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한 예로 재정경제원이 지난 19일 마련한 증권거래법 시행령및 시행규칙
개정안은 발행주식 총수의 5% 이내인 자사주 취득한도를 10% 이내로 확대
하는 한편 한도를 초과해 취득한 주식의 처분기간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
했다.

또한 은행과 투신사가 신탁계정을 통해 상장주식을 종목당 5%이상 취득할
경우 앞으로는 증관위와 증권거래소에 신고해야 한다.

공시제도도 상장회사가 중요한 경영정보를 증권거래소에 신고하고 거래소가
이를 다시 공시하던 지금까지의 간접공시제 대신 대중 매체를 활용하는 직접
공시제로 바뀔 예정이다.

이같은 제도정비를 통해 경영권안정을 꾀하는 한편 기업 인수합병에 따른
마찰을 줄이고 국민경제에 이로운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취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정비에도 불구하고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크게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영권을 장악한 대주주는 일반투자자인 소액주주에 비해 경영정보면에서
월등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을 악용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침해한 사례가 적지 않은데도 증권당국이 개선대책에
소극적인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한가지 두드러진 예를 들면 미원(주)이 보유하고 있던 대한투금주식을
임창욱미원그룹 회장에게 헐값에 넘기고 임회장이 이를 다시 성원건설에
팔아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사실을 들 수 있다.

비자금파문 이후 한때 논의됐던 소액주주 대표소송제도 정국불안과 개각의
와중에서 흐지부지되고 있다.

현재 증권거래법이 상장당시의 대주주를 제외하고는 총발행주식의 10%이상
을 소유할 수 없게 규제하는 등 대주주의 경영권을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는
까닭은 기업공개를 촉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기업공개 이익을 대주주가 독점하고 소액주주는 일방적으로 피해만
당한다면 기업공개를 촉진한 명분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증권거래법 시행령개정안이 신문광고를 통해 의결권위임을
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늦었지만 올바른 개정이라고 본다.

오늘날 기업은 대주주의 사유물이 아니라 주주, 종업원, 거래기업, 금융
기관, 소비자 등과 다각적으로 연관된 유기체로 파악되고 있다.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같은 인식이 결여된 대주주의 경영권은
보호할 명분이 없으며 보호돼서도 안된다.

따라서 이번 증권거래법 시행령개정및 공시제도 강화는 선의의 기업경영권
보호를 통해 결과적으로 소액주주의 이익까지 보호되도록 추진돼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