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과 학습에 충실했던 것 뿐인데 수석을 차지했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번 수능시험에서 인문계 전국수석(수능성적 188.3점)을 차지한 허영훈
(18 대구능인고3)군은 21일 경과를 전혀 예상치 못한 듯 멋적어 하면서도
"훌륭한 경제학자가 되어 부모님과 담임선생님께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교 3년동안 줄곧 반 1등을 놓치지 않은 허군은 방학기간 단과반
학원에서 몇차례 국영수를 보충했을 뿐 그 흔한 과외 한번 받지 않아
친구들 사이에선 순수 노력파로 불러져 왔다.

수업에서 이해되지 않은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백과사전 등 보충교재를
활용한 그는 "소설류보다 사상전서 등 교양서적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힌
것이 어려운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됐다"며 비결을 소개했다.

초보적 단계라면시 틈틈히 논어를 탐독하기도 한 허군은 인과예를 숭상한
공자와 무위자연을 읊은 장자의 가르침을 떠올릴 정도로 앳띤 고교생
답지않게 동양사상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1년동안 허군을 지도해온 담임 강영 교사는 "평소 침착하고 집중력이
강한데다 수학적인 재능이 뛰어난 장차 경제학도로서 큰 재목이 될 것"
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대구 수성구에서 나전칠기 대리점을 하는 아버지 허술이(46)씨와 김태선
(45)의 2남중 막내인 허군은 "사회현실에 가장 밀접한 학문이라고 생각해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다며 서울대 경제학과에 진학해 강단에 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