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나 미국사람은 번스타인이나 루빈스타인등 유명 음악가의 성만
들어도 그들이 유대계란 사실을 알게된다 한다.

한편 우리나라 인명은 성이 가문을 나타내고 이름은 항렬과 개인을
구별하는 글자로 구성돼 있기때문에 개인구별은 물론이고 가문의
세대까지 알수가 있다.

우리의 인명구성은 세계서에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특이한 성명체계
이다.

특히 성씨는 출생의 혈통을 나타내거나 한 혈통을 잇는 겨레붙이의
칭호이다.

성씨는 발생이래 계속 분화돼서 같은 조상이면서 성을 달리하기도 하고
동성이면서 조상을 달리하기도 한다.

여기서 씨란 분화된 혈통이 각기 소유한 지역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성의
분파를 말하는 것이며 본관에 해당된다.

또 우리나라의 성은 가족전체를 대표하는 호칭이 아니라 부계위주의
가계를 표시한다.

우리 민법은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게하고 있고(제781조)성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변경이 허용되지 않는다(성 불변의 원칙).

이 원칙 역시 세계에서 그 유례가 드물다.

최근 이름의 한글화와 함께 성의 한글화가 진행되면서 성의 한글표기에
혼란이 일고 있다.

호적법 제49조 2항엔 출생신고서에 "자의 성명 본 및 성별"을 기재토록
하고 있고 90년말에 신설된 3항엔 "자의 이름에는 한글 또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를 사용하여야 한다.

통상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는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성의 한글표기에 있어 "리"(이) "류"(류)로 하는 씨족이 있는가
하면 두음법칙에 따라 "이" "유"로 표기하는 개인 또는 씨족이 있어
혼란스럽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끝내 "리"승만을 고집했었다.

법적인 문제는 작년 9월부터 호적법시행규칙이 개정돼 호적부 성명란에
한자뿐 아니라 한글도 병기하도록 규정한데서 비롯됐다.

대법원은 지난 21일 성의 한글표기에 대해 이 유 라씨는 호적부에 "이"
"유" "나"로 기재하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성은 이름과 달라 한글표기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씨족의 전통과 긍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또 성은 "성명권"의 일부이므로 법원이 두음법칙을 이유로 표기법을
통일할 수 있다는데도 의문이 든다.

개인 또 씨족에 따라 "이"로 하든 "리"로 하든 국가권력이 개입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뭐든간에 일률적으로 규제하려는 발상은 바람직스런 일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