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문화예술벨트 조성 .. 박성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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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적한 연말이다.
들려오는 소식들은 세상의 흐름과 변화에 아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회한과 자괴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거리는 반짝이는 불빛으로 아름답다.
삶의 고단함과 신산스러움에 지친 사람들도 꼬마전구의 반짝임속에 흐르는
크리스마스캐롤을 들으면 잠시나마 현실의 아픔을 잊게 된다.
아름다운 곳에 서면 누구나 팍팍한 일상사로 인해 황폐해진 자신을 돌아
보고 잃어버린 순수함과 따뜻함을 되찾고자 한다.
아름다운 음악, 영감이 살아있는 그림과 조각은 산업사회에서 어쩔수 없이
물질만능주의에 물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문화예술의 존재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아름다운 도시란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문화
예술공간을 갖춘 곳이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은 과연 어떤가.
광복 50년동안 사람들로 하여금 진정한 가치와 용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별력을 잃게 만든 것은 혹여 중단없는 전진의 기치아래 자신과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을 만들지 못한 때문은 아닐까.
걸을 수 있는 거리, 가족끼리 또는 연인끼리 낙엽과 눈을 밟으며 걷다가
미술관에 들러 그림과 조각도 보고 고궁의 벤치에도 앉아 도란도란 얘기도
나눌 수 있는 곳, 그런 거리가 있으면 어떨까.
하늘을 쳐다보며 느릿느릿 걷거나 화랑에서 산 포스터나 화집을 근처
찻집에 들러 펴보며 예술의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다면 돈과 권력과
허명만을 좇아 진실을 외면하는 일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휴일에 가족과 함께 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 곳, 사는 일에 지쳐 잠시라도
쉬고 싶을 때 그냥 찾아와 걷다 보면 자신과 세상에 대해 너그러워질 수
있는 그런 장소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경복궁건너편의 사간동길과 인사동길은 서울에서 거의 유일하게 걸어서
지날 수 있는 곳이다.
동십자각에서 사간동을 지나 소격동에 이르는 길에는 왼쪽으로 경복궁이
있고 오른쪽에는 갤러리현대와 스페이스서울 그로리치 국제등 화랑과 법륜사
프랑스문화원등 문화예술 공간이 밀집돼 있다.
안국동에서 종로2가로 이어지는 인사동길에도 역시 화랑과 골동품전
고서점 옛가옥등이 모여 있다.
끼니가 없어도 불의에 굴하지 않던 선인들의 의연함과 세계 어디에 내놓아
도 부끄럽지 않은 우리 문화예술이 이곳에 있다.
그런만큼 새해에는 이곳을 우리 모두가 찾을 수 있는 문화예술의 거리로
조성하면 어떨까.
고궁과 미술관 화랑, 공연장과 대통령의 집무실이 이어지는 문화의 거리는
생각만 해도 괜찮아 보인다.
이젠 우리도 배고프지 않기 위해 잃어버린 인간다운 삶을 되찾을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문화예술거리 혹은 문화벨트의 조성 또한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힘있는 사람에 의해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은 생명력 없는 조화와
같다.
문화벨트라는 이름아래 일시적으로 번성하는 곳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수 있는 자생력있는 공간이 되어야 땅에 뿌리를 내린
식물처럼 진정한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미술관과 화랑이 지속되려면 관람객이 있어야 하고 그림이 팔려야 한다.
공연장과 휴식공간 또한 마찬가지다.
문화예술이라고 시장경제의 예외가 될 수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
갤러리현대에서 법륜사, 신축중인 금호미술관을 지나 스페이스서울과
국제화랑에 이르는 동안 잠시 숙죽이고 지나가야 하는 공간 없이, 안국동
에서 인사동 사이에서 전경들의 모습을 보는 일 없이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다닐 수 있을 때 세계 어디에나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서울의 문화
예술거리가 생겨날 수 있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을 위해 이 지역에 문화벨트내지 문화네트워크를 조성
하겠다고 발표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것은 바로 이같은 장벽때문이다.
외국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으로서보다 우리의 삶을 정화시키고
풍요롭게 하는 터전으로서 문화예술과 역사의 향취가 묻어나는 아름다움
거리를 만들 때 세계속의 서울, 세계인의 서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황량한 도시는 현대인을 미아로 만든다.
갈곳 없는 도시는 미래의 도시가 아니다.
세계적인 명소는 그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성탄일을 맞아 모두가 경건한 마음으로 한해를 돌아보는 가운데 새해에는
예와 아니오를 바르게 할 수 있고 문화예술과 역사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거리를 걸으며 삶의 진정한 가치를 돌아볼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4일자).
들려오는 소식들은 세상의 흐름과 변화에 아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회한과 자괴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거리는 반짝이는 불빛으로 아름답다.
삶의 고단함과 신산스러움에 지친 사람들도 꼬마전구의 반짝임속에 흐르는
크리스마스캐롤을 들으면 잠시나마 현실의 아픔을 잊게 된다.
아름다운 곳에 서면 누구나 팍팍한 일상사로 인해 황폐해진 자신을 돌아
보고 잃어버린 순수함과 따뜻함을 되찾고자 한다.
아름다운 음악, 영감이 살아있는 그림과 조각은 산업사회에서 어쩔수 없이
물질만능주의에 물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문화예술의 존재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아름다운 도시란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문화
예술공간을 갖춘 곳이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은 과연 어떤가.
광복 50년동안 사람들로 하여금 진정한 가치와 용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별력을 잃게 만든 것은 혹여 중단없는 전진의 기치아래 자신과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을 만들지 못한 때문은 아닐까.
걸을 수 있는 거리, 가족끼리 또는 연인끼리 낙엽과 눈을 밟으며 걷다가
미술관에 들러 그림과 조각도 보고 고궁의 벤치에도 앉아 도란도란 얘기도
나눌 수 있는 곳, 그런 거리가 있으면 어떨까.
하늘을 쳐다보며 느릿느릿 걷거나 화랑에서 산 포스터나 화집을 근처
찻집에 들러 펴보며 예술의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다면 돈과 권력과
허명만을 좇아 진실을 외면하는 일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휴일에 가족과 함께 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 곳, 사는 일에 지쳐 잠시라도
쉬고 싶을 때 그냥 찾아와 걷다 보면 자신과 세상에 대해 너그러워질 수
있는 그런 장소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경복궁건너편의 사간동길과 인사동길은 서울에서 거의 유일하게 걸어서
지날 수 있는 곳이다.
동십자각에서 사간동을 지나 소격동에 이르는 길에는 왼쪽으로 경복궁이
있고 오른쪽에는 갤러리현대와 스페이스서울 그로리치 국제등 화랑과 법륜사
프랑스문화원등 문화예술 공간이 밀집돼 있다.
안국동에서 종로2가로 이어지는 인사동길에도 역시 화랑과 골동품전
고서점 옛가옥등이 모여 있다.
끼니가 없어도 불의에 굴하지 않던 선인들의 의연함과 세계 어디에 내놓아
도 부끄럽지 않은 우리 문화예술이 이곳에 있다.
그런만큼 새해에는 이곳을 우리 모두가 찾을 수 있는 문화예술의 거리로
조성하면 어떨까.
고궁과 미술관 화랑, 공연장과 대통령의 집무실이 이어지는 문화의 거리는
생각만 해도 괜찮아 보인다.
이젠 우리도 배고프지 않기 위해 잃어버린 인간다운 삶을 되찾을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문화예술거리 혹은 문화벨트의 조성 또한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힘있는 사람에 의해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은 생명력 없는 조화와
같다.
문화벨트라는 이름아래 일시적으로 번성하는 곳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수 있는 자생력있는 공간이 되어야 땅에 뿌리를 내린
식물처럼 진정한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미술관과 화랑이 지속되려면 관람객이 있어야 하고 그림이 팔려야 한다.
공연장과 휴식공간 또한 마찬가지다.
문화예술이라고 시장경제의 예외가 될 수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
갤러리현대에서 법륜사, 신축중인 금호미술관을 지나 스페이스서울과
국제화랑에 이르는 동안 잠시 숙죽이고 지나가야 하는 공간 없이, 안국동
에서 인사동 사이에서 전경들의 모습을 보는 일 없이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다닐 수 있을 때 세계 어디에나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서울의 문화
예술거리가 생겨날 수 있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을 위해 이 지역에 문화벨트내지 문화네트워크를 조성
하겠다고 발표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것은 바로 이같은 장벽때문이다.
외국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으로서보다 우리의 삶을 정화시키고
풍요롭게 하는 터전으로서 문화예술과 역사의 향취가 묻어나는 아름다움
거리를 만들 때 세계속의 서울, 세계인의 서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황량한 도시는 현대인을 미아로 만든다.
갈곳 없는 도시는 미래의 도시가 아니다.
세계적인 명소는 그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성탄일을 맞아 모두가 경건한 마음으로 한해를 돌아보는 가운데 새해에는
예와 아니오를 바르게 할 수 있고 문화예술과 역사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거리를 걸으며 삶의 진정한 가치를 돌아볼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