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상은 물론 불확실성으로 가득차 있고 경제예측은 당연히 상황변화에
따라 어긋날수 있다.

그러나 전문적인 시각을 가진 국책및 민간 경제연구소의 경제전망이 너나
할것 없이 대체로 비슷하여 차별성이 없다.

더구나 실적치로부터 벗어난 예측 오차가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한쪽에서
무더기로 생기는건 무언가 예측능력의 전문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 21일 대한투자신탁이 발표한 "최근 2년간 주요 경제연구소의 경제
예측치 정확도분석"에 따르면 성장증가율 예측 오차율이 20~30% 수준에
이르며 대부분이 과소전망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변화가 심한 설비투자나 수출 항목묵 경우는 그 오차율이 60%대에 이르고
있다.

10%대의 증가율에 대한 오차율 20%는 350조원 경제규모에서 7조원 규모의
예측 오차이다.

한 예로 정부의 정책결정에 전망자료를 제공하는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
(KDI),산업연구원(KIET)은 작년 이맘때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7.0~7.5%대,
물가상승률을 5.5~6%대로 예측하면서 엔고 상황이 끝나 당시의 8.4% 성장이
둔화되리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올해의 성장은 9.3%대, 인플레이션은 소비자 물가지수로 4.5%대로
매듭될 전망인데 올해의 성장동인은 슈퍼 엔고에 힘입은 반도체 자동차
전자 조선등 대일 경쟁 주력업종의 수출신장에서 나왔다.

사후적으로 볼때 완전히 빗나간 경제 예측이었지만 거시경제정책의 집행은
그저 일관된 총수요관리 통화증가율 목표치 견지였다.

"신축적"이라는 수식어가 붙긴 했지만 이는 양을 조절하는 신축성이
아니라 공급기간을 융통성있게 하는 정도였고, 늘어난 수출에 따른 통화
수위 조절에 섣부른 외화유출 촉진대책을 써야 했다.

잘못된 경제예측은 거꾸로 가는 정책을 낳는다.

경기국면의 전환점에 대한 예측이 잘못되면 모처럼 회복된 경기를 섣부르게
죽일수도 있고, 시장의 힘이 확산되면서 경쟁력 없는 쪽을 솎아내는 경기
양극화를 정부지원과 행정통제로 막으려고 무리수를 쓰게도 된다.

지금 미국에서 경제활력이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판단이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시장 참여자가 되어 시장원리와 경제원칙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일관성있게 추진하고 있다.

경제예측에 남달리 탁월한 능력을 가진 그린스펀 미연준리(FRB)의장이 눈에
보이는 경기상황과 다른 미래의 예측된 변화를 설득력있게 국민과 의회에
그려내면서 계산된 위험을 줄일수 있는 정책수단의 선택을 때를 놓치지 않고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도 경제예측을 좀 제대로 하고 정책을 수립하자.

예측력이 떨어지고 정부개입을 전제로한 총수요관리 모형을 버리고, 총
수요와 총공급을 개방경졔 체제내에서 따지고 정부도 시장참여자가 되는
시장중심 예측모형을 쓰자.

시장을 읽을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경제예측도 정책판단도 맡기지 말자.

경제전문가가 예측하고 정책 책임자가 시장원리와 경제원칙에 맞게 미리
미리 대책을 세우게 하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6일자).